김영훈 장관 "직 걸겠다" 1년…폭염에 또 숨진 이주노동자
낮 33.7도·폭염경보 사흘째…당시 체온 43도
지난해 쉬레스타 씨 사건 수사도 1년째 제자리
올해도 이주노동자 잇달아 온열질환으로 숨져
진보당 "‘정부, 무력한 권고 아닌 강제 조치하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다국어 경보·감독 강화"

진보당은 30일 "입국한 지 고작 3일 된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가 전남 해남 밭에서 체온 43도로 쓰러져 숨졌다"며 정부를 향해 "일하다 죽지 않고, 멈춰 서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한 폭염 속에 정부가 강력 대응을 외치지만 사각지대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하는 현장의 실태는 여전히 처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황산면에서 태국 국적 30대 이주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이주노동자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주노동자 A 씨는 23일 한국에 처음 입국한 뒤 곧바로 해남 지역 한 인력소개소를 통해 농촌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오전 6시 30분부터 고추밭에서 일했다. 점심시간에 휴식을 잠시 취하고 오후 1시 30분부터 다시 밭에서 유박비료를 살포했다. 오후 3시15분쯤 밭 인근 도로에서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해남 지역은 낮 최고기온은 33.7도로 사흘째 폭염경보가 이어졌다.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전날(24일)에도 고추밭에서 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주도록 하고 있다. 휴식을 부여할 수 없을 경우에는 개인용 냉방 또는 통풍장치를 지급해야 한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참혹한 인재"라면서 "작업 중지는 이뤄지지 않고, 무력한 '권고'만 반복되고 있다"고 정부의 현장 관리를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생계의 위협 속에 뙤약볕으로 내몰리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허울뿐인 지침이 아니라 강력한 강제 조치"라며 "안전 지침을 어기는 사업주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했다.
이어 "실내 밀폐 공간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 아스팔트 위 배달·택배 노동자, 이동 직종 노동자 그리고 이주노동자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히 법의 보호망 밖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법을 적용하고,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라"고 했다.

31~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닷새 동안 이어지는 현장에서, 쉬레스타 씨는 일한 지 사흘 째 되던 날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일 새벽 6시부터 일하던 쉬레스타 씨는 오전 10시 40분쯤 쓰러졌다. 동료 노동자들은 물수건과 계곡물로 응급조치를 취했다. 동료들은 쉬레스타 씨를 업고 하산을 시도했으나 경사가 심해 119 구급헬기를 호출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해 측정한 쉬레스타 씨의 체온은 39.6도에 달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직사광선을 바로 받는 현장에는 임시 천막이나 그늘막도 없고 냉각의류나 냉각조끼 등 기본적인 폭염 대비 안전용품도 전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안전 교육없이 "힘들면 쉬라"는 관계자의 원론적인 한마디가 전부였다고 알려졌다. 쉬레스타 씨가 숨진 지 1년이 넘었지만, 수사가 진척되지 않은 탓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가 1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은 올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있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평택시 안중읍의 야외 현장에서 근무한 60대 이주노동자 B 씨가 27일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26일 퇴근 후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9일 역대 정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람 목숨 지키는 특공대다'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하라"면서 "(장관)직을 걸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결국 (안전수칙 위반 등에 대한) 제재나 대가가 너무 약한 것이다"라며 "차라리 사람이 죽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이익인 사회"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당시 "직을 걸겠다"고 말한 김영훈 장관은 이날 광주정부합동청사에서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수산·양식업 간담회를 주재했다. 김 장관은 "오늘날 이주노동자는 우리 어촌 곳곳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력으로,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일터와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이자 이웃"이라며 "사업주, 자치단체와 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노력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12일에도 "현재 대한민국에는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가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체류 자격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외국인노동자에게 근로조건 개선, 노동안전, 교육․훈련, 취업 지원 등이 체계적이고 균형있게 제공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작업장이든 숙소이든 이주노동자는 폭염에 너무나 취약하다"면서 "사업주의 지시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단체는 정부를 향해 ▲폭염특보 다국어 전파 ▲체감온도 33도 이상 작업 시 휴식 의무화 등 폭염 안전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와 위반 사업주 처벌 ▲옥외작업 사업장 관리·감독 강화 ▲계절노동자와 미등록 노동자를 포함한 보호 대책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도 소중하다"며 "대비하지 못한 폭염 속에 위험한 노동으로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상업광고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입니다.
시민들의 작은 후원이 언론 지형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후원 참여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