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현장] 독립운동가에게 편지를 쓰고 나만의 독립선언서를 만든다

김현주 기자 2026. 7. 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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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산하 10개 도서관, 광복 81주년 독서문화행사 운영
만들기·관람을 넘어 책을 읽고 질문하며 생각을 기록하는 역사교육
독립운동가에게 편지를 쓰고 나만의 독립선언서를 만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역사는 흔히 연도와 사건,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과목으로 받아들여진다. 광복절이 다가오면 태극기를 만들거나 역사 전시를 관람하는 체험행사도 곳곳에서 열린다. 이런 활동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출발점이지만, 체험이 끝난 뒤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질문과 생각이 남았는지를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올해 대구지역 공공도서관들이 마련한 광복절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눈에 띈다. 독립운동가의 삶을 책으로 읽고, 그 인물에게 편지를 쓰며, 시와 명언을 필사하고, 자신만의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는 활동이 곳곳에 배치됐다.

역사를 구경하고 기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 속 인물의 선택을 읽고 질문한 뒤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방식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산하 10개 공공도서관은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8월 한 달 동안 공연과 전시, 독서, 글쓰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과 시민들이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서관마다 특색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읽은 역사를 한 장의 신문으로 다시 구성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광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살펴보고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내 손으로 만드는 광복신문'을 운영한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적 사실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가려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사건을 첫 기사로 다룰지, 어떤 제목을 붙일지 판단해야 한다.

이는 책이나 설명문에서 얻은 정보를 그대로 옮기는 활동과는 다르다. 여러 정보를 비교해 핵심을 찾고,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으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역사 읽기가 자연스럽게 문해력과 글쓰기 교육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동부도서관은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다룬 도서를 전시하는 '1945년 8월 15일: 그날의 기억'을 운영한다. 도산 안창호의 삶을 이야기로 배우는 '코드네임 0815: 독립운동가를 지켜라!'도 마련한다. 책과 이야기를 통해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독립운동가를 교과서 속 이름이 아니라, 어려운 시대에 선택하고 행동했던 한 사람으로 만날 수 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질문하는 역사 읽기

두류도서관에서는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상화의 작품을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 독서퀴즈도 운영한다.

독서퀴즈가 단순히 인물의 출생연도나 사건명을 맞히는 데 머문다면 역사 지식을 확인하는 활동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안중근 의사는 왜 동양의 평화를 이야기했을까", "나라를 잃은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와 같은 질문을 함께 나눈다면 배움의 깊이는 달라진다.

아이들은 정답을 찾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인물의 마음과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 문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역사교육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부도서관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역사 특강과 서가 탐색 활동에 참여하는 '광복절 미션, 태극기를 찾아라!'를 진행한다. 이어 독립운동가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이를 전시한다.

편지를 쓰려면 먼저 상대를 알아야 한다. 독립운동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충분히 읽어야 마음을 담은 문장이 나온다.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인사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인상 깊게 읽은 행동과 오늘의 삶을 연결해 보도록 이끌 수 있다면 편지쓰기는 살아 있는 역사교육이 된다.

베껴 쓰는 필사에서 마음에 새기는 필사로

남부도서관과 달성도서관, 수성도서관에서는 독립운동가의 시와 명언을 손으로 옮겨 쓰는 필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필사는 문장을 천천히 읽게 한다. 눈으로 빠르게 훑을 때는 지나쳤던 단어도 손으로 적는 동안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만 좋은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만으로 활동이 끝나서는 아쉽다.

"이 문장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단어는 무엇인가", "이 말을 오늘의 나에게 적용한다면 어떤 다짐이 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덧붙이면 필사는 생각을 깨우는 글쓰기가 된다.

수성도서관은 위인전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독서 챌린지 '너독(讀)나독(讀)'도 운영한다. 책을 읽은 횟수보다 인물의 삶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하도록 돕는다면 독후감 역시 역사적 사고를 기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역사를 배운 아이가 자신의 선언을 쓰다

이번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활동은 삼국유사군위도서관의 '나만의 독립선언서 쓰기'다.

참가자들은 3·1독립선언서의 의미를 살펴본 뒤 자신의 다짐을 담은 선언서를 작성한다. 과거의 선언문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정신을 오늘의 삶에 맞게 다시 써보는 활동이다.

아이들에게 독립은 오래전 교과서 속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유와 존중, 평화와 책임이라는 가치가 오늘의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질문하면 역사는 현재의 이야기가 된다.

친구의 생각을 존중하겠다는 약속, 부당한 일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 우리말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선언도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글의 길이나 문장력이 아니다. 과거의 기록을 읽은 아이가 오늘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데 의미가 있다.

만들기 체험을 넘어 생각이 남는 역사교육으로

대구 공공도서관의 광복절 행사에는 음악회와 전시, 태극기 책갈피와 무드등 만들기, 포토존, 캘리그라피 등 친근한 체험도 함께 마련된다. 이러한 활동은 어린이와 시민이 역사에 어렵지 않게 다가가도록 돕는다.

다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체험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책을 읽고, 인물의 선택을 생각하고, 질문을 만들고, 편지와 신문, 독후감과 선언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이 여러 도서관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를 역사교육 전체의 변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프로그램은 역사 체험이 읽기와 질문, 글쓰기를 만날 때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복절의 의미는 태극기를 만들고 사진을 남기는 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삶을 만나고, "나는 그 시대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 내가 지켜야 할 자유와 책임은 무엇일까"를 묻는 데서 역사는 다시 살아난다.

올해 광복절,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써 내려갈 한 통의 편지와 한 장의 선언문은 역사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별 운영 일정과 참여 대상, 신청 방법은 도서관마다 다르며, 자세한 내용은 대구광역시교육청 산하 각 공공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