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생 덴마크 입양작가, 해외입양의 ‘진짜 얼굴’을 그리다

조봉권 선임기자 2026. 7. 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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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삶의 양면성 표현한 소설
어릴 적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 여성 2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소설 ‘민 킴’을 쓴 에바 틴드 작가. 틴드 작가는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 가서 예술가가 되었다. 사진가 나타샤 리드발드 촬영 www.evatind.dk


- 부산출판사 산지니가 번역 출간
- ‘행복/불행하다’ 고정관념에 균열

에바 틴드(52)는 덴마크 작가다. 그는 ‘비행기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틴드의 장편소설 ‘민 킴’(허여 셀린느 옮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비행기 바퀴가 덴마크 땅에 닿았다. … 그렇게 우리는 태어났다. 따뜻하고 큰 살덩어리 안에서 밀려 나온 따뜻하고 작은 살덩어리가 아니라 금속 몸체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거였다.”(10쪽) “첫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낀 순간은 아이가 마침내 열세 달이라는 마법 같은 경계를 넘어섰을 때였다. 내가 비행기에서 태어나 세상에 던져졌던 바로 그 나이였다.”(374쪽)

‘고향’인 부산에서 1974년 태어났을 때 작가 에바 틴드가 가졌던 첫 이름은 ‘김남숙’이었다. 남숙은 1975년 3월 덴마크로 입양돼 ‘에바’가 됐다. 장편소설 ‘민 킴’은 작품 속 인물인 에바 틴드(김남숙)와 친구 꿀마이가 주고받는 편지로 진행된다. 꿀마이도 1975년 3월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됐다. 에바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 역시 ‘비행기 옆구리’에서 태어났다. 꿀마이는 덴마크식 이름이고, 한국식 이름은 ‘민 킴’이다.

에바 틴드의 고향이 부산이고 이 책을 번역 출간한 곳도 부산 출판사여서 더 관심이 간 터에, 작가가 쓴 ‘비행기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문장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소설로서 ‘민 킴’은 두 가지 또렷한 인상을 준다. 하나는 진솔함에서 나오는 강렬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이다. 또 하나는 입양에 관한 고정관념과 이해 방식을 뒤흔들 작가의 관점 그 자체다.

산지니출판사를 통해 에바 틴드에게 한국어판 출간 소감을 묻는 편지를 보냈다. 답신이 곧 왔다. “열린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작품이며,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의 아이 20만여 명이 살아온 삶의 양면성을 (섬세·미묘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그는 “쓰기가 참 힘들었던 소설”이라고 했다. 과거로 돌아가, 자기 삶을 다시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진실되게 쓰기 위해, 진솔하게 과거 감정을 다시 느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자니 가슴이 아팠어요.” 틴드는 “그렇다 해도 그 과정에서 참 많이 배웠다”고 했다.

‘민 킴’은 입양인 당사자들의 관점과 처지에서 입양에 관한 상식과 고정관념 또는 기존 인식에 균열을 낸다. 균열을 넘어 ‘천둥벼락’을 내려치기도 한다.

“행복한 입양이라는 서사가 너무나 단단하게 굳어 있어서 그 반대 이야기가 나와도 입양이 가진 모든 측면을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했어.”(95쪽) “우리(입양인)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고 ….”(52쪽) “그 (한국 출신) 입양인은 내(에바 틴드 작가)가 입을 다물기를 원했다. 그녀는 이미 입양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힘겨운 일인데 내가 그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335쪽)

작가는 입양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자라왔고, 구원이자 은혜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떠올린다. 동시에 고백한다. “그러나 덴마크에서 내 삶은 온갖 형태의 얼굴로 반복되는 폭력을 경험하며 자라온 시간이었어. … 또 매일같이 그 분노와 기분을 억제하는 데 힘을 써야 해.”(441쪽)

덴마크의 입양부모와 진정 사랑하며 잘 살아온 에바 틴드는 당사자로서 입양이 가진 여러 얼굴, 여러 운명을 함께 살피고 느끼자고 제안한다. 그건 존엄하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 개인의 가치, 사회와 세계를 지탱하는 원리로서 다양성의 소중함을 거듭 환기하는 일이다. 이 소설 말미에는 에바 틴드 작가의 아버지가 부산의 저명한 기업인·정치가 고 김진재 선생과 맺은 인연 이야기 등이 나와 흥미롭다. 에바 틴드는 2009년 시집 ‘도(Do)’로 덴마크 문단에 등단한 뒤 소설 ‘한(Han)’ ‘뿌리’ ‘레몬산’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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