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처방전 12] 문제는 읽었는데, 무엇을 묻는지 모르는 아이

김현주 기자 2026. 7. 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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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이유가 실력 부족일까, 문장 이해 부족일까
‘고르시오·설명하시오·비교하시오·추론하시오’부터 정확히 읽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문해력 처방전 12] 문제는 읽었는데, 무엇을 묻는지 모르는 아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아이가 시험 문제를 틀리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나?", "개념을 아직 모르는 건가?"라는 걱정부터 들기 쉽습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보게 하고, 같은 유형의 문제집을 더 사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틀린 문제를 차분히 살펴보면 뜻밖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에 필요한 개념은 알고 있고, 관련 내용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정확히 읽지 못한 것입니다.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에서 옳은 답을 선택하거나, 두 대상의 차이점을 쓰라고 했는데 공통점까지 길게 설명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유를 묻는 문제에 결과만 적거나, 자신의 생각을 쓰라는 문제에 본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기도 합니다.

이런 실수는 단순한 부주의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 속 문장을 이해하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문제 읽기 문해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읽는 것과 질문을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대개 문제의 첫 부분부터 차례대로 읽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장 전체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어떤 형식으로 답해야 하는지, 몇 가지 내용을 요구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윗글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행동이 달라진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시오."

이 문제에는 여러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답의 근거는 '윗글'에서 찾아야 합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이 '달라진 이유'를 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본문을 잘 이해했더라도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놓치면 온전한 답을 쓰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구성하는 작은 단서들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틀렸을 때는 "왜 이것도 모르니?"라고 묻기보다 "이 문제는 무엇을 하라고 했을까?"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아이가 자신의 읽기 과정을 돌아보게 할 수 있습니다.

'묻는 말'을 알려 주는 지시어가 있습니다

시험 문제에는 답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중요한 낱말이 들어 있습니다. 이를 흔히 지시어 또는 명령어라고 부릅니다. '고르시오', '쓰시오', '설명하시오', '비교하시오', '추론하시오'와 같은 말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요구하는 답은 다릅니다.

'고르시오'는 주어진 보기 가운데 알맞은 답을 선택하라는 뜻입니다. 이때는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 '적절한 것'인지 '적절하지 않은 것'인지까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쓰시오'는 필요한 내용을 답안에 직접 적으라는 뜻입니다. 본문에서 그대로 찾아 쓰는 것인지, 자신의 말로 바꾸어 쓰는 것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설명하시오'는 단어나 짧은 답만 적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유나 과정을 풀어서 쓰라는 뜻입니다. "주인공이 슬펐기 때문이다"에서 끝내기보다, 왜 슬펐는지를 본문의 근거와 연결해 적어야 합니다.

'비교하시오'는 두 대상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란히 살피라는 뜻입니다. 한쪽 대상만 자세히 설명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추론하시오'는 글에 직접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앞뒤 문맥과 근거를 바탕으로 짐작하라는 뜻입니다. 아무렇게나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글 속 단서를 찾아 논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이런 지시어의 뜻을 정확히 알면 문제를 푸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지문부터 무작정 읽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 '질문 번역'을 해 보세요

아이에게 문제를 읽고 곧바로 답을 쓰게 하기보다, 문제를 쉬운 말로 바꾸어 말하게 해 보세요. 이를 '질문 번역'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두 인물의 태도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있다면 아이가 다음과 같이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찾아서 문장으로 쓰라는 뜻이에요."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추론하시오"라는 문제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에 나온 단서를 보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지 근거를 들어 예상하라는 뜻이에요."

처음에는 아이가 문제를 다시 읽는 것을 귀찮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자기 말로 바꾸어 보는 과정은 질문의 뜻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를 풀기 전 단 10초만 투자해도 엉뚱한 답을 쓰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시어에 동그라미, 조건에는 밑줄을 그어 보세요

시험 문제를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을 눈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표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고르시오', '설명하시오', '비교하시오'와 같은 지시어에는 동그라미를 칩니다. 다음으로 '두 가지', '본문에서 찾아', '옳지 않은 것', '자신의 생각을 포함하여'와 같은 조건에는 밑줄을 긋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윗글에서 알 수 있는 인물의 성격을 두 가지 찾아, 그 근거와 함께 쓰시오."

이 문제에서는 '쓰시오'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물의 성격', '두 가지', '근거와 함께'에 밑줄을 그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시하면 답을 쓰기 전에 확인해야 할 항목이 분명해집니다.

"성격을 두 가지 썼나?"

"각 성격에 맞는 근거를 적었나?"

"본문에서 찾은 내용인가?"

문제에 표시하는 활동은 특히 문제를 빠르게 읽다가 조건을 놓치는 아이에게 효과적입니다. 다만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게 하기보다는, 답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단어만 표시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틀린 문제는 정답보다 '질문'을 먼저 다시 읽어야 합니다

오답을 고칠 때 많은 아이가 해설지부터 펼쳐 봅니다. 정답을 확인하고, 답을 지운 뒤 다시 적는 것으로 오답 공부를 끝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쉽습니다.

오답을 살펴볼 때는 다음 순서로 질문해 보세요.

"이 문제에서 무엇을 묻고 있었니?"

"답을 몇 개 쓰라고 했니?"

"본문에서 찾는 문제였니, 네 생각을 쓰는 문제였니?"

"네가 쓴 답은 질문에 맞는 답이었니?"

이때 부모가 곧바로 정답을 알려 주기보다, 아이가 문제 속 지시어와 조건을 다시 찾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아, 나는 이유를 쓰라고 했는데 결과를 썼네"라고 발견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오답 공부입니다.

오답 노트에도 정답만 적지 말고 '내가 놓친 말'을 함께 기록해 보세요.

"'옳지 않은 것'을 놓침"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씀"

"비교 문제인데 한 인물만 설명함"

"본문 근거 없이 내 생각만 씀"

이런 기록이 쌓이면 아이도 자신이 자주 놓치는 유형을 알게 됩니다.

"집중해서 읽어"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세요

문제를 자주 잘못 읽는 아이에게 "집중해서 읽어", "문제를 똑바로 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행동이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이미 나름대로 집중해서 읽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세요.

"문제 끝에 있는 지시어부터 찾아보자."

"몇 가지를 쓰라고 했는지 숫자에 표시해 보자."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 다시 확인해 보자."

"답을 쓰기 전에 문제를 네 말로 한번 바꾸어 말해 보자."

이처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면 아이도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문제를 급하게 읽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를 여러 번 읽으라고 하기보다, '지시어 확인하기-조건 표시하기-답의 형태 생각하기'라는 짧은 순서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식을 더 채우기 전에 질문을 읽는 힘부터 살펴보세요

아이가 문제를 틀렸다고 해서 반드시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는 내용을 문제의 요구에 맞게 꺼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서술형이나 논술형 문제가 많아질수록 질문을 정확하게 읽는 힘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시험 문제는 아이에게 단순히 "무엇을 알고 있니?"라고만 묻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고를 수 있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니?"

"두 내용을 비교할 수 있니?"

"글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니?"

이처럼 문제는 지식과 함께 생각하는 방법을 요구합니다. 아이가 문제 속 '묻는 말'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은 단순한 시험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질문을 정확히 듣고, 그에 맞게 생각하고 답하는 힘을 길러 주는 과정입니다.

오늘 아이가 틀린 문제 한 개를 함께 펼쳐 보세요. 정답부터 확인하지 말고,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는 너에게 무엇을 하라고 했을까?"

부모가 건네는 이 따뜻한 질문이 아이에게는 문제를 제대로 읽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