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권장가의 반값”…승강기 안전, ‘저가 경쟁’에 흔들 [올라가는 경쟁, 추락하는 안전①]
업체 1126곳 난립에 품질 대신 가격 경쟁
최근 3년간 승강기 인명피해 증가세
“최저 비용 보장해 안전 투자 이끌어야”
![작업자가 여름철 승강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 유입을 막는 차수판을 설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90217980bpwj.jpg)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설치 대수 88만여 대로 글로벌 7위 수준에 달하는 국내 승강기 시장 안팎에서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 유지관리업체 난립 여파로 승강기에 대한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면서 시장의 유지·보수 서비스 가격이 정부 권장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매년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를 산정해 공표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와 함께 계약당사자, 즉 유지관리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하지만 실제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비 평균가는 이 권장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최저 가격을 법으로 보장해 유지·보수 서비스의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와 대한승강기협회의 공동주택 승강기 유지관리 계약 평균 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표준유지관리비는 월 20만5000원이었지만 실제 공동주택 평균 계약가격은 월 9만9200원에 그쳤다. 단순 비교하면 시장가가 정부 권고 가격의 48.4%에 불과했다.
이러한 격차는 2024년과 2023년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4년 공동주택 표준유지관리비는 19만7000원이었지만, 공동주택 평균가는 8만8920원에 그쳤다. 2023년에도 표준유지관리비 18만8000원, 시장 평균가는 8만6654원으로 괴리가 컸다. 각각 권고가의 45.1%, 26.1%에 그치는 수치다.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는 승강기안전법에 따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매년 산정하는 권장 금액이다. 승강기 유지관리 사업자가 월 1회 이상 실시하는 자체점검은 물론 고장 발생 시 긴급 출동, 부품 점검, 응급조치, 안전관리 인력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정부는 적정한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을 권고함으로써 승강기 안전 수준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저가 수주 경쟁으로 승객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RF]](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90218434djua.jpg)
시장 가격 붕괴의 원인으로는 중소 유지·보수관리 업체 난립에 따른 과도한 가격 경쟁이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승강기는 88만5928대에 달한다. 이를 관리하는 유지관리업체는 1126곳이다. 업체당 평균 관리대수는 786대 수준으로 계산된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다수 업체가 뛰어들면서 결국 유지관리 품질이 희생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승강기 1대에는 통상 180여 개의 점검 항목이 존재한다. 작업자는 제동장치와 권상기, 도어 개폐장치, 와이어로프, 비상통화장치, 각종 센서 등 안전과 직결되는 설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500세대 규모 아파트에 설치된 승강기 10~15대를 점검하려면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월 10만원에도 못 미치는 유지관리비로는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에서는 점검 시 ‘2인 1조’ 작업을 명시하고 있지만 벌금이나 과태료 등 처별 규정은 빠져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2명의 작업자가 흩어져 승강기를 수리하는 등 제도 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저가 서비스에 따른 피해는 승객들의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승강기 인명피해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승강기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2022년 56건에서 2023년 43건으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고 건수는 59건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입은 사고가 47건으로 가장 많다.
승강기 고장 신고도 연간 2만3000건 안팎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승객용, 화물용, 에스컬레이터, 흴체어리프트를 모두 포함한 고장 신고 접수 건수는 2021년 2만3358건, 2025년 2만3315건으로 5년 새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승강기 유지·보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최저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준 가격을 권고 대신 ‘최저 가격’으로 법제화해 업체들이 품질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현철 호남대 공공안전계열 교수는 “승강기는 국민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하는 대표적인 생활 교통수단”으로 “지금처럼 최저가 경쟁이 계속되면 결국 인건비 절감과 부실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적정 유지관리비를 권고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유지관리업체를 선정할 때도 가격뿐 아니라 기술인력 규모와 경력, 유지관리 실적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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