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만 다쳐도 중대사고”…엇박 규제에 승강기 사고 예방 효과 ‘뚝’ [올라가는 경쟁, 추락하는 안전②]
‘10명 이상’ 산안법·건진법 대비 기준 높아
“사후 대책보다 작업자 안전사고 예방 필요”
![용산구 해방촌 108계단에 설치된 승강기. [헤럴드경제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90212157cfou.jpg)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정부가 승강기 사고에 대해서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중대한 사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사고 예방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행정조사와 처분 절차가 이어지는 반면, 정작 사고를 줄이기 위한 예방 투자와 안전관리 체계 개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과도한 사후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승강기 안전관리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1주 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또는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한 사고’로 분류한다.
중대한 사고로 판단되면 승강기 관리주체는 즉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사고를 보고해야 한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사고 조사에 착수, 승강기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별도 조사까지 실시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등 행정 절차가 이어진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건설기술진흥법은 사망자 3명 이상 또는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해야 중대한 건설 사고로 분류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역시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을 기준으로 한다. 사고가 발생한 업종에 따라 근로자의 부상 및 사망에 대한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승강기 업계에서는 타 산업 대비 사망자 수가 적음에도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강기 사고에 따른 사망자가 연간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건설 현장에서는 200여 명에 달하지만, 승강기 산업에서 중대 재해에 대한 더 강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사망이 업종에 따라 중시되거나 경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히, 사후 조사 위주의 규제가 사고 예방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승강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7명이다. 이 가운데 작업 도중 사망자는 13명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사고 발생 후 대처에 나서기 보다 유지·보수 시 2인 1조 작업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를 통한 사고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현철 호남대 공공안전계열 교수는 “승강기 안전 관리를 위해서 2인 1조 작업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에 저가 경쟁에 따른 인건비 절감까지 겹쳐 작업 환경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며 “승강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안전 가격을 보장하는 등 사전적인 안전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현행 기준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법령 개정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중대한 사고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승강기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주 이상 입원 기준은 2주 이상으로, 3주 이상 치료 기준은 6주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입법 예고 후 법 개정절차는 멈춰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경미한 사고에도 조사관과 전문위원이 투입돼 장기간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징계와 고발까지 이어진다”며 “사후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후 승강기 교체 지원과 유지관리 품질 개선, 기술 인력 처우 개선 등 실질적인 안전 투자를 독려해야 증가하고 있는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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