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을 마법 지팡이는 없다”…‘인플레와 싸움’ 시장에 맡긴 워시
“금융시장이 스스로 긴축 진행 중”
위원 3명 반대표결에 설명도 없어
주식·달러가치 내리고 금값 반등
9월 인상-동결 전망 동시에 올라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중동 전쟁을 비롯한 각종 경제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미국 시중금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 이미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선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 수단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은 금리 인상에 불투명하게 답한 워시 의장의 발언에 장기 인플레이션 관리 의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하기로 했다면서 정책 결정문 내 경제 상황 진단 관련 문구를 지난달 FOMC 때와 거의 유사하게 유지했다. 이번 FOMC 결정문에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는 없이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등 3명이 금리 인상을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는 내용만 추가했다. 이 3명은 올해 4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에 찬성하면서 ‘추가 조정’ 문구 등 인하 기조를 암시하는 성명에는 반대했던 이들이다.
워시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기준금리도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금융시장은 스스로 긴축을 진행했다”며 “연준이 시장 판단을 명령처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관찰은 하고 있다”면서 에둘러 피해갔다. 워시 의장은 ‘시장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의 기정사실로 반영하고 있다’는 물음에는 “인플레이션을 며칠이나 몇 주 안에 해결할 ‘마법 지팡이(magic wand)’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시 의장은 또 연준의 동결 결정으로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2% 물가 목표 사수 의지만 되풀이했다. 그는 “지난 5년간의 고물가로 연준의 암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보다 높다는 잘못된 인상을 일부 전문가들에게 남겼다”며 “우리는 말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시 의장은 나아가 “(5월보다 둔화된)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번 동결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통화정책 의결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가운데 3명이 반대 의견을 낸 데 관해서는 “제대로 된 집안싸움이 벌어졌다”며 “가능한 모든 정책 선택지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FOMC 회의가 합의제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위원들이 더 있었을 수도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시 의장은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따지는 기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고수한다”면서도 “CPI와 세부 구성 요소 등 더 폭넓은 지표를 통해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가격 변화를 파악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시장은 장기 인플레이션 충격을 반영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리 동결 당일 채권과 주식 가격, 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국제 금값이 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다음번인 9월 15~16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또 동결할 확률을 전날 24.0%에서 이날 37.0%로 올려 잡았다. 동시에 인상할 확률도 55.8%에서 65.1%로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 발언을 인용해 “워시 의장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이유는 설명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시장에 맡기고 있다’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금리 인상에 3명이 찬성표를 던진 점은 연준 위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서 “정말로 2% 물가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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