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서관, 한밤까지 불 밝힌다…폭염 잊는 ‘야간 북캉스’
디지털 디톡스 독서부터 별빛 책멍·인형극·독서토론까지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한낮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여름이다. 바깥에서 뛰어놀기에는 햇볕이 너무 뜨겁고, 집 안에만 머물기에는 방학이 아쉽다. 이런 날에는 해가 진 뒤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 피서를 떠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경남지역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상남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들이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특별한 여름 독서행사를 마련한다. 낮의 무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책을 읽고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는 '야간 북캉스'다.
7월 30일 부산·울산·경남 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으며, 경남의 낮 최고기온은 35도에서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대의 야외활동이 부담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방이 갖춰진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는 생활 속 피서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여름방학을 맞아 소속 27개 공공도서관에서 독서·체험·특강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가운데 6개 도서관은 7월 31일과 8월 7일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가족과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야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놓고 책 속으로
첫 번째 야간 북캉스는 7월 31일 마산도서관과 김해도서관에서 열린다. 이어 8월 7일에는 창원도서관,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 김해지혜의바다도서관, 함안도서관이 밤 12시까지 이용자를 맞는다.
도서관마다 운영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자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책에 집중하는 '디지털 디톡스 독서'를 비롯해 별밤 인형극, 별빛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바라보며 쉬는 '책멍', 하루 동안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토론 등이 마련된다.
마산도서관은 7월 31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별이 빛나는 북캉스: 본격독서'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를 맡기고 3시간 동안 책에 집중하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과 50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책을 읽는 집중 독서, 단편소설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원데이 리딩클럽 등이 진행된다.
매시 정각부터 10분 동안 도서관 전체가 말을 멈추고 책에 집중하는 '묵언수행'도 눈길을 끈다. 동화구연 전문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리딩클럽, 놀이 공간, 영화 상영 등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와 가족도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준비돼 있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새로운 여름방학
이번 야간 북캉스는 단순히 도서관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조용히 읽어야 하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도서관을 가족이 함께 머물고, 놀고, 대화하며 여름밤을 보내는 문화공간으로 넓혀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나기 쉬운 방학 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한 권의 책에 온전히 집중해 보는 경험은 의미가 있다. 짧은 영상과 빠른 정보에 익숙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천천히 문장을 따라가고, 이야기를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도서관을 찾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펼쳐 보는 것도 좋다. 같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한 공간에서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책을 읽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독서교육이 된다.
공공도서관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인공지능 독서클럽과 서평 쓰기, 문해력 수업, 하브루타 독서토론, 수학·과학 교과 연계 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한다. 책 읽기를 중심에 두되 인공지능과 과학, 토론, 글쓰기를 연결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생각을 넓히는 프로그램들이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여름밤,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피서지는 의외로 동네 도서관일 수 있다. 시원한 공간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길고 뜨거웠던 하루도 조금은 부드럽게 식어간다.
올여름 경남의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한밤의 독서 놀이터로 문을 연다.
세부 일정과 신청 방법은 각 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