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물·전기·기름마저 끊겨… 여진 공포 속 생존 사투 [밀착취재]
규모 1이상 여진 약 40차례 발생
집에서 잠 못 이뤄 자동차 숙식
주유소 품절에 곳곳 긴 대기줄
교통도 마비, 물류 운송도 차질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지”
강진 관련 사망 34명으로 늘어

지진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절반쯤 지난 가운데 진원지 인근 주민들은 전기·수도·통신 등 생명선이 끊겨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로 5분쯤만 더 가면 당국이 설치한 대피소가 있지만 다나카씨 가족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만 그곳을 찾는다. 다나카씨는 “대피소에서는 사생활 보장도 안 되고 해서 고등학생 아이와 함께 지내기는 무리”라며 “지진 직후 모친의 약과 귀중품만 차에 넣고 바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낮에는 지진으로 엉망이 된 집안을 정리하는 게 일이다. 하지만 수도가 끊겨 샤워는커녕 설거지도 빨래도 할 수가 없다. 그 사이 남편은 차에 기름을 채우러 이곳저곳 주유소를 찾아다닌다. 남편은 “오늘은 30분도 안 기다려 기름을 넣을 수 있었다”며 “2016년 지진 당시엔 4월이어서 창문만 열어놓으면 됐지만, 지금은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시내에서 이곳으로 오는 사이에 있는 주유소는 ‘품절’ 안내판이 세워져 있거나 어림잡아 1㎞는 돼 보이는 주유 대기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택시기사는 “유조차가 들어오지 못해 주유할 수 없었던 2016년 지진 때의 기억 때문에 다들 필사적으로 기름을 넣는다”며 “물, 화장지, 기름은 일단 채우고 보자는 게 이곳 사람들 심리”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 현재 1만467명의 이재민이 415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2만2950가구가 정전, 7만4800가구가 단수 상태이며 의료기관 88곳과 고령자시설 522곳, 아동복지시설 207곳 등도 단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키시 마쓰바시히가시방재센터에 가 보니 사람들이 급수차 앞에 몰려들어 대형 물통에 물을 채워 차량으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내부에는 주로 노인과 아이들이 퀭한 눈으로 TV를 보면서 더위와 씨름하는 중이었다.
‘라시엘’이라는 장애인 돌봄 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치세씨는 “그제 저녁상을 차리는데 지진이 와 식탁 위 식기가 전부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며 “경찰, 소방 등에 연락한 끝에 오후 8시쯤 이곳으로 왔는데, 전기가 들어오는 건물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물도 없고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들 식단 관리가 불가능한 데다 직원들도 각자 지진 피해가 커 입소자 20명 중 19명은 전날 후쿠오카 지부로 이송했다고 한다. 남은 1명은 인근에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 수소문 중이다.
소방과 자위대 인력 등이 생존자 수색·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피난민들은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와 고립과 싸우고 있었다. 교도통신과 NHK는 이번 강진 관련 사망자가 30일 오후 기준 34명으로 늘었다고 구마모토현 집계를 인용해 전했다.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이날 추가 사망자가 발견돼 이곳에서만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마모토·우키=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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