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찾은 ‘연결’의 힘으로 지역 음악 문화를 일구다 [예술이 길을 내고, 지역이 답하다]

이서후 기자 2026. 7.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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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길을 내고 지역이 답하다
(1)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서울 홍대서 활약하던 공연기획자
고향 통영서 지역 음악 활성화위해
공연, 토론회 함께 하는 행사 마련
가능성 확인했지만, 지속 고민 여전

보통 '문화'라고 하면 작품을 만드는 사람, 공연을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리고 작품을 전시하거나 곡을 연주하고 듣는 공간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 보자.

공연을 성사하기 위해 지역의 카페와 공연장을 연결하는 사람, 신진 작가와 동네 작은 전시 공간을 이어주는 사람, 작은 책방에서 주민과 작가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 이렇게 사람을 연결하고, 공간을 연결하며,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사람들이 지역에도 분명히 있다. 이들이 없다면 예술은 지역민을 만나지 못하고, 지역 문화 역시 생태계 기반조차 이루기 어렵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결'이 문화를 지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공유돼 왔다. 결국 문화란 건 예술을 하는 사람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연결된 것을 이르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실제 이런 '연결의 힘'이 지역 문화에 활기를 준다.

지역 소멸은 어쩌면 이런 사람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문화예술은 그 연결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회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창작자만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 예술과 일상을 이어주는 문화예술 매개자가 있다.

이번 기획은 올해 '지역발상'이란 경남도민일보 기치에 맞춰 예술과 지역민을 이어주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지역 문화 사업의 지속성은 공간이나 예산보다 사람, 특히 연결 역할을 하는 인적 자산에 달려 있다. 이 기획은 '예술이 지역을 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도나 행사 중심이 아닌 현장에서 사람을 잇는 구체적 사례로 답하려 한다.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서울 홍대에서 통영으로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는 2022년부터 매년 통영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그리 크지 않은 음악 축제이고 지역 인디밴드 중심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제법 '록 페스티벌' 느낌이 나는 행사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기획했을까 궁금해 첫해부터 바로 찾아갔다. 지역에 이런 행사가 없어 목말랐던 것처럼 공연장인 통영 리스타트플랫폼에는 열광하는 청춘들로 가득했다.

행사를 기획한 건 공연·음반 기획사 튜나레이블 김호진(43) 대표다.

"처음에는 통영에 인디밴드 공연이 많지 않아서,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인디밴드 공연이라고 하면 범위가 넓고, 특색도 없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 거잖아요. 범위도 좁히고, 의미도 담자고 하고 고민하다가 경남 지역 뮤지션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자 하고 시작한 게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에요."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모습. /이서후 기자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를 기획한 김호진 튜나레이블 대표. /이서후 기자

통영 동피랑이 고향인 그는 서울 홍대에서 공연 기획을 하다가 2021년 12월 통영으로 돌아왔다. '통영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통영으로.' 2022년 5월 <통영신문>과 한 인터뷰 제목이 그를 잘 보여준다.

IT 기업에 다니던 그는 2010년부터 공연기획자로 나선 후 홍대에서 10년간 50회가 넘는 공연을 진행하며 나름 인정을 받았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통영으로 돌아온 후에도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공연을 만들고 있다.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는 그가 지역에서, 지역을 위해 재미난 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해서 시작됐다. 쇼케이스(showcase)는 새 제품이나 새 음반, 신인 가수, 작품 따위를 관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여는 행사를 뜻한다.

장기적으로 지역 밴드 등 음악가를 발굴하고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는 게 그의 목표다. 그래서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평론가, 기관 관계자, 기획자, 공연 운영자,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와 전시 등 부대 행사도 곁들여진다. 예를 들어 2022년 행사에서는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지난해에는 '경상권 인디 음악 생태계의 필요성'을 주제로 통영예술포럼이 진행됐다.

지역에서 내민 도움의 손길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전시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전시 모습. /이서후 기자
2025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중 통영 예술 포럼 모습. /김호진
2022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홍보물. /김호진
2023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홍보물. /김호진
2024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홍보물. /김호진
2024년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 홍보물. /김호진

아무리 홍대에서 공연을 많이 진행했다하더라도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데는 많은 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같이 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기획자와 여러 지역 업체의 도움으로 행사를 치러내고 있다. 공연 장소인 통영리스타트플랫폼의 저렴한 대관료도 큰 도움이 된다.

지역 협업을 많이 확대한 게 2024년이다. 2022년과 2023년은 지원 사업으로 재정 마련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지원 사업에서 떨어지면서 위기가 왔다. 김 대표는 대중투자(크라우드 펀딩)로 시선을 돌렸다. 행사 범위를 영남권으로 넓히고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통영 사운즈 쇼케이스는 영남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수도권 뮤지션 외에도 지역의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구성하고 있으며, 최대한 새로운 관객이 공연을 보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두 차례 쇼케이스는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지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낮은 티켓가를 책정했고, 지원사업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성보다 지역 문화의 독립성을 우선하고자 지원 사업이 아닌 펀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텀블벅 프로젝트 소개 중)

펀딩은 성공했다. 지역 사회 도움도 잇따랐다. 브라운핸즈통영에서 식사권을, 충무공유람선에서 관람권을, 통영 수제맥주 양조장 라인도이치에서도 네트워킹 파티 협찬을 했다. 지난 행사 관객의 소개로 산양양조장에서도 막걸리를 보내왔다. 강구안 옆 유어커피가 네트워킹 파티 공간을 무료로 대관해줬고, 원픽셀가드닝이 홍보물 등 인쇄와 출력을 도왔다. 이 외에도 여러 지역 문화예술인이 자진해서 행사를 도왔다. 무엇보다 이 해에는 처음으로 오로지 통영 사람들로만 행사를 운영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2024년 행사할 때 돈이 제일 없었는데, 도리어 지역 협업 체계도 완벽하게 구축되고 더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행사 취지를 이해하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해요. 예를 들어 라인도이치 대표님은 지역 문화 발전에 투자하고 싶어 하시는데, 항상 좋은 행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잘 도와주세요."

김 대표는 올해는 한 해 행사를 쉬어갈 생각이다. 일단, 다른 지역에서 벌이는 행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행사를 통해 통영이 지역 음악 거점 노릇을 할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역 사회 '연결'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재정 마련 등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지금까지 성과를 어떤 형식이로든 이어 나갈 생각이다. 지역 자치단체나 문화 기관이 이런 움직임에 계속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서후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