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교수 "신화로 만들어진 일왕, 다시 신격화 움직임 있다"
한·일 관계 30여년 연구한 역사가
명성황후 사건 접한 후 진로 바꿔
"전쟁 신화는 일본의 침략 뿌리
일본과 군사협력 확대 경계해야"

“일본 극우 세력은 1945년 이전 군국주의 시대를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로 기억하며 그 체제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정책학과 특임교수는 30일 인터뷰에서 “일본의 강경 보수 세력이 일왕을 다시 신적 존재로 만들기 위해 역사에도 없는 신화를 활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펴낸 신간 <극우의 신화 일본>에서 19세기 후반 일본의 조선 침략론인 ‘정한론’과 이후 일제 식민 지배, 현재의 개헌·방위력 강화 움직임이 일본의 전쟁 신화와 국가신도(國家神道) 사상과 이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호사카 교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개헌 추진은 일왕을 국가원수로 되돌리고 자위대를 정규군화 해 1945년 이전 체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라며 “신격화된 일왕은 극우 통치 세력에게 침략·통제를 ‘신의 명령’으로 포장할 명분을 준다”고 경고했다.
◇ 공학도에서 한·일 문제 연구자로
195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호사카 교수는 광학렌즈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가업을 잇기 위해 도쿄대 공학부 금속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원래 관심사는 역사였다. 대학 시절 우연히 잡지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접한 게 인생을 바꿨다. 그는 “일본 왕후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됐다면 일본은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인이 일본을 좋지 않게 보는 이유를 처음 이해했다”고 회상했다. 일본 학교에서 일제강점기와 패전 이후 현대사를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일본 근대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웠다.
1988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고려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정치외교학으로 전공을 바꿔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서울대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일본어 사료 20만여 권을 찾아내 일제의 조선 지배정책과 독도·위안부 문제를 30년 넘게 연구했다. 독도·위안부 문제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03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최고(最古) 문헌인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아마테라스 신화를 일본 극우 사상의 뿌리로 지목했다.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계시를 받아 진구황후가 임신한 몸으로 삼한(한반도)을 정벌했다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사실처럼 교육되며 침략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논리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계관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과 에도시대 국학, 정한론의 뿌리가 된 요시다 쇼인의 사상을 거쳐 식민 지배 논리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 신격화된 일왕, 침략 정당화 수단돼
호사카 교수는 일본 극우 사상의 핵심으로 일왕을 중심으로 국민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국체(國體)’ 관념을 꼽았다. 1946년 히로히토 일왕의 ‘인간 선언’ 이후에도 ‘일왕과 일본 민족은 신의 후손’이라는 관념이 완전히 부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세신궁과 야스쿠니신사 등 국가신도의 상징도 남아 군국주의가 부활할 토대가 보존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신화적 세계관이 안보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한·일 군사협력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일 군사협력이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거쳐 급유와 탄약 지원, 군 인력의 상호 왕래가 제도화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으로까지 이어지면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는 1945년 이전 체제에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국가끼리 군사동맹이나 협력을 맺는 것은 위험하다”며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 일본은 독도를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동해와 한반도, 중국·러시아를 잇는 전략적 군사 거점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일본과 미국에선 장기 불황과 국력 약화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과거의 영광스러운 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유혹이 생길 수 있다”며 “돌아갈 과거를 찾기보다 100년, 200년 뒤 사람들이 지금을 가장 좋은 시대였다고 평가하도록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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