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청도 실명 위기 해병…보훈부 ‘유전병’ 퇴짜 놓다 재심 인정

전현건 2026. 7.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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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보상대상자 인정에도 ‘간호수당은 그림의 떡’
서해 최전방 도서지역 장병 의료 인프라 공백 과제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연평부대 K9 자주포가 안갯속에 기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군복무 중 시력을 거의 상실한 해병대원이 재심을 거친 끝에야 비로소 상이등급 판정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예비역 해병대원 최 모(24) 씨는 군복무 중 녹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는데 국가보훈부는 1차 심사에서 “유전적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상군경 비해당 판정을 내렸다.

이에 최 씨는 백령도·대청도·소청도 등 서해 최전방 도서에는 안과 진료 장비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정보공개청구로 직접 확인해 재심을 신청했고, 1년여 만인 지난 14일 강원서부보훈지청으로부터 상이등급 3급(1106호) 판정과 함께 보훈보상대상자(재해부상군경)로 최종 등록될 수 있었다.

30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강원서부보훈지청의 요건심의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5월 16일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면서 신청상이처를 ‘상세불명의 원발성 개방우각녹내장’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보훈부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의 직접 관련성’을 요구하는 공상군경 요건에 비해당 판정을 내렸다.

최전방 도서에서 근무하다 얻은 질환임에도 복무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보훈부는 대신 상대적으로 요건이 완화된 재해부상군경(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2호) 요건에는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최 씨는 이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가 복무했던 대청도를 비롯해 백령도·소청도에는 안과 진료 장비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 증상을 현지에서 발견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최 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보훈병원 신체검사와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이등급구분표에 따른 상이등급 3급 판정을 받았고,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됐다.

다만 시각장애를 포함해 상이등급 3급 판정을 받은 최 씨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법 조문상의 ‘수급 가능성’과 무관하게 ‘간호수당’을 받을 방법은 없었다.

안종민 국가보훈행정사무소 대표는 “재심까지 1년 가까이 걸렸고, 그 사이 시력은 계속 나빠졌다”며 “정작 어렵게 인정을 받아도 실질적인 간호·돌봄 지원은 받을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재해부상군경으로서 상이정도가 심하여 다른 사람의 보호 없이는 활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간호수당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이등급 1급부터 5급까지 상시 또는 수시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면 간호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 취지다.

그러나 헤럴드경제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재된 같은 법 시행령 간호수당 지급 구분표를 확인한 결과 실제 지급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상시간호수당은 상이등급 1급1항, 1급2항 중 특정 코드(4116호), 1급3항 중 일부 코드(4202호·5102호) 등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두 눈 모두 실명하거나 사지 절단 등 최중증 장애만 해당한다.

수시간호수당 역시 2급의 특정 코드(4108호·4203호·5103호)나 보훈부 장관이 별도로 고시한 대상으로 한정된다. 법 조문상으로는 3급부터 5급까지도 간호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돼 있지만 시행령과 고시가 정한 실제 지급 대상에는 3~5급 단일 상이자가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안 대표는 “결국 두 눈을 완전히 실명한 1급이 아니면 간호수당은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재해부상군경의 간호수당은 상시 월 337만5000원, 수시 월 225만원 수준이지만 이 돈을 받을 수 있는 3급 이하 상이자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런 보훈 사각지대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편 논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65세 미만 상이 1~2급 보훈대상자가 간호수당과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다만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1~2급에 한정된 얘기고 3급 이하는 이번 개편에서도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서해 5도 등 최전방 도서 지역의 의료 인프라 공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해병대 관계자는 “의료인원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해병 인원에 대한 진료여건을 바로 보장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서북도서에서 치료가 어려울 시 메디온 등 응급헬기를 이용해 상급병원으로 이송해 원활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정밀검사 자료나 장해진단서를 제출하면 보훈병원 신체검사를 생략하고 보훈심사위원회에서 곧바로 상이등급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국가보훈 장해진단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애초에 복무 중 진단 자체가 지연된 사례에 대한 구제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재심을 거쳐 뒤늦게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되더라도 실질적인 간호·돌봄 지원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셈이다.

이에 대해 보훈부 관계자는 “향후 상이등급 개편시 간호수당 확대도 함께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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