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청산돼야 할 시대착오적 86세대 정치

이준희 2026. 7.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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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자가 다시 불을 지폈으나 86세대 용퇴론은 오래됐다.

"화염병, 짱돌 들던 586세대가 아직도 당의 주축이어야 하나. (민주화운동 경력이) 40~50년 정치를 독점할 권리가 될 수는 없다"며 대표경선에 나선 86 중진들 면전에 쏘아붙였다.

무엇보다 86정치의 가장 큰 결함은 인공지능(AI) 혁명시대 산업체계와 인식의 급변화, 미국 일극체제 붕괴에 따른 국제관계의 파괴적 유동성 등 대변혁의 시대에 전혀 적응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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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 허무는 역설
여전히 86세대가 다투는 민주당 권력
낡은 운동권식 정치로 더는 미래 없어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김보미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자가 다시 불을 지폈으나 86세대 용퇴론은 오래됐다. 2015, 2019년에 이어 2022년 총선·대선 국면에서도 나왔다. 86정치인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주도했다. 당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퇴진 요구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 지난 총선에선 86정치인들이 민주당 의원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역대 최고로 높아졌다.

김 출마자의 문제제기는 이 철옹성 구조에 대한 절망감의 토로다. “화염병, 짱돌 들던 586세대가 아직도 당의 주축이어야 하나. (민주화운동 경력이) 40~50년 정치를 독점할 권리가 될 수는 없다”며 대표경선에 나선 86 중진들 면전에 쏘아붙였다. 다 30대, 40대 초반에 DJ의 '젊은 피' 수혈, 노무현 탄핵 역풍 등의 혜택을 입어 정치권에 발 들인 이들이다.

86세대의 민주화 공헌에 뭐랄 이는 없다. 독재의 시대에 거리에서 싸우고, 고문과 형벌을 겪고, 목숨까지도 잃었던 그들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부채의식이 그들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그렇게 노무현 정부까지 거치면서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복지 인권 노동 환경 인식도 자라났다. 민주화운동을 한 만큼 그들이 더 공정하고 민주적일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86운동권세대가 학습한 건 혁명론이었음을 잊었다. 목표 달성과 조직 보위를 위해 오직 단결, 내부 비판 금기시, 지도부 맹목 추종의 운동 방식은 전체주의문화에 가까웠다. 민주화 후에도 이분법적 선악 인식에 갇혔다. 정치적 반대 진영을 여전한 타도와 청산 대상으로 보면서 타협보다 투쟁, 설득보다 동원, 협상보다 결집이 주류 정치문화가 됐다.

문재인 시대는 86세대의 인식과 시대와의 부정합이 극적으로 표출된 시기였다. 적대 배타 불공정 팬덤 따위의 운동권식 강성 정치문화가 공화적 민주주의를 완전히 밀어냈다. 이때가 86세대의 도덕적 파산과 함께 사실상 민주화운동의 보상 시효도 종료된 시점이었다.

이후 보수정권의 무도함이 86 용퇴론을 잠재우면서 한국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든 건 비극적 아이러니다. 물론 내란의 죄업에 비할 바는 아니나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25차례 줄탄핵, 40여 차례 거부권 행사를 부른 광란의 입법 폭주가 내란의 한 빌미가 됐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 정권 들어 보완수사권 같은 최소한의 국민의 법적 보호의식조차 없이 검찰 척결만을 목표로 내달리는 검찰개혁이나, 국가안보에 대한 고려 없이 계엄세력 응징만을 위해 치닫는 사관학교 통합 등도 마찬가지다. 정파와 조직의 이익을 최상위 가치로 두는 전형적인 운동권식 돌격 방식이다. 나아가 조정식 국회의장의 대통령 임기연장개헌 관련 언급도 끈질기게 집착하는 공소취소와 함께, 필요하면 민주주의 기본도 건드릴 수 있다는 정파 보위 인식의 발현이다.

무엇보다 86정치의 가장 큰 결함은 인공지능(AI) 혁명시대 산업체계와 인식의 급변화, 미국 일극체제 붕괴에 따른 국제관계의 파괴적 유동성 등 대변혁의 시대에 전혀 적응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파적 이해에만 몰두할 뿐 대내외적 급변 환경에 대한 어떤 고민도 본 적이 없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기업경쟁력 2류, 정치력 4류라고 개탄했던 게 30년 전이다. 그때와 비교 불가로 국가 위상이 오르고 기업경쟁력은 1류로 오른 지금이라면 그동안 퇴행만 거듭해온 현 정치는 과연 몇 등급으로나 볼까.

그럼에도 여전히 86 핵심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이 집권당 권력을 다투고 있다. 누가 되든 시대착오적인 낡은 구도의 연장이다. 부질없는 조언임은 알지만 그래도, 민주화는 달성 과정이되 민주주의는 절제 과정이라는 역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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