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끝이 아닌 시작…시인 문재식이 노래하는 고향
동심·대금의 리듬이 빚은 순진무구한 서정
고향·자연과의 연대 꿈꾸는 현대인에 위로

한반도의 최남단, 흔히 사람들은 해남을 '땅끝'이라 부른다. 누군가에게는 정든 흙을 털어내고 떠나야 할 절망의 끝자락이었을지 모를 그곳에서, 평생을 붙박이로 살아온 한 시인은 땅끝이야말로 삶이 새롭게 피어나는 '땅의 입구'라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해남에서 태어나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향 들녘을 지켜온 문재식 시인이 신작 시집 '해남'(문학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로 피폐해지는 농촌 현실 속에서도 고향의 생태를 지키고 소박한 공동체의 온기를 회복하려는 시인의 깊은 애정과 간절한 염원이 담긴 시적 기록이다.
시인은 고향 해남을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다음 생에도 다시 돌아와 보금자리로 가꾸고 싶은 삶의 터전으로 끌어안는다. 작품 '기차가 온다'에서 시인은 싣고 갈 사람이 없으면 사흘쯤 기다렸다 풍성한 해남의 사계절이라도 싣고 올라가는 기차를 그린다. 떠나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자부심과,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해남의 넉넉한 인심을 퍼주길 바라는 따스한 나눔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처럼 절절한 고향 사랑의 밑바탕에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오랜 세월 아이들과 호흡하며 가꿔온 '동심'이 자리하고 있다. 성만리 방죽 둑의 아지랑이에서 오줌 김을 떠올리고('도장사'), 자운영 꽃길 뒤에서 볼일을 보는('만일암 터에서') 장면 등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서정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위적 경계 없이 하나가 되는 시인의 시선은 시골이라는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물아일체의 낭만을 선사한다.

해남 황산에서 태어나 '땅끝문학'으로 활동을 시작한 문 시인은 그동안 '게으른 날', '불온한 교사', '벌떡 교사에서 논두렁 선생으로' 등 현장성 짙은 시집을 발표해 왔다.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거창한 담론 대신 들판의 철새와 시골 역사(驛舍)라는 소박한 풍경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삶의 자리를 묻는다.
해남이라는 공간을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출발지로 되돌려 놓는 문재식의 시집 '해남'은 잊혀가는 고향의 소중함과 자연과의 건강한 연대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