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써주고 42억원 '뒷돈'…대학병원 교수들 재판행

의료기기 제조업체로부터 의료기기 사용을 대가로 수억원의 리베이트(뒷돈)를 받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이정훈 부장검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대학병원 교수 6명을 30일 불구속 기소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공정거래법·의료기기법 위반 및 배임증재)로 의료기기 제조업체 제노스와 이 회사 대표, 전직 이사도 불구속 기소했다.
제노스와 대표 등은 자사가 출시한 심혈관용 스텐트 제품의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대학병원에 '시판 후 임상시험'을 제안한 뒤 병원 및 교수에게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비 명목으로 총 42억원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를 받는다.
제노스는 각 병원에서 자사 제품을 환자에게 시술하고 임상연구 대상자로 등록하면 등록 환자 1명당 20만∼115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 회사로부터 연구비 명목 부당 지원금을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아내 명의로 제노스 판매대리점 법인을 설립한 뒤 판매 수수료 7억78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받는다. 해당 법인은 실제 영업이나 배송, 재고 관리 등을 하지 않았다. 판매대리점 업무는 대부분 제노스 직원들이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중 일부는 이 회사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4년 7월 이 같은 제노스의 부당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8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검찰에 제노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서부지검은 지난 4월 해당 대학병원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시판 후 임상시험이라는 공적 제도를 이용해 의료기기 거래를 유도한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밝혀낸 최초 사례"라며 "서부지검은 식품의약 안전 중점 검찰청으로서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불법 리베이트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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