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번 스트리밍에 겨우 5센트"…빅테크에 맞선 재즈 혁신가

임희윤 2026. 7.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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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투사 마리아 슈나이더
평소 유튜브·스포티파이 비판
영세한 저작권자 위해 소송도
"이젠 음악 무료로 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려"
신곡 'American Crow'
선택권 없는 알고리즘 폐해 담아
'그래미 7관왕' 전설, 첫 내한공연

꿈꾸는 눈빛의 1960년생 소녀, 마리아 슈나이더. 그는 음악의 투사다. 흡사 코끼리 떼처럼 돌진하는 19인조 악단은 그의 가녀린 지휘봉 끝에서 일사불란하게 통제된다. 지금껏 그래미상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재즈 오케스트라 리더로 꼽힌다.

슈나이더는 음악 산업의 투사이기도 하다.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에서 거의 들을 수 없다. 오직 청취자와 예술가의 직거래 플랫폼인 ‘아티스트셰어’에서만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2020년 슈나이더는 유튜브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데 앞장섰다. 영세한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하는 구글 측은 더 이상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상 면책 조항을 적용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그의 서릿발 같은 지적이었다.

빅테크의 만용을 비판한 논쟁적 앨범 ‘데이터 로드(Data Lords)’(2020년), 최근 내놓은 미니앨범 ‘아메리칸 크로(American Crow)’는 허울뿐인 디지털 유토피아에 대한 서슬 퍼런 경고장이자 재즈 오케스트라의 지평을 다음 단계로 넘겨 놓은 청각적 걸작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설적 편곡 파트너인 길 에번스의 조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슈나이더는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오케스트라로 음악 판에 혁신의 주사위를 던졌다. 데이비드 보위가 자신의 유작 ‘★’의 방향성을 잡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는 그의 정식 음반이 출시된 적이 없다. 이제라도 이 혁신과 반동의 오케스트라를 ‘직관’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재즈 팬들에게 벼락 같은 축복일지 모른다.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은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연을 이틀 앞두고 강남구 언주로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재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그래미상 7관왕에 오른 마리아 슈나이더가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문덕관 사진작가

▷오직 한국 관객만을 위해 특별한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인 만큼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 음악의 전체적 스펙트럼을 경험했으면 해요. 아름답고 밝으며 목가적인 곡부터 강렬하고 어두운 곡까지요.”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를 다른 동시대 빅밴드와 구분 짓는 DNA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곡을 써 던져 놓고 연주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솔로 자체가 이야기 일부가 되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관객이 연주를 들으러 와서는 그저 뒤로 물러앉아 연주자의 기교나 복잡한 악곡에 감탄만 하지 않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그 음악이 자신의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느끼길 원해요. 저는 복잡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려는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복잡하지만, 전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경제 아르떼 독자 가운데는 클래식 음악 팬이 많습니다.

19인조 악단을 지휘하는 마리아 슈나이더. 플러스히치 제공

“제 첫사랑도 클래식이었어요. 애런 코플런드, 쇼팽, 라벨,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물론 바흐도요. 그러다가 조지 거슈윈을 거쳐 듀크 엘링턴을 접하며 재즈에 빠졌고 길 에번스, 밥 브룩마이어를 사사하며 영향을 받았죠. 브룩마이어의 통작 형식(through-composed)은 클래식의 관현악적 세련됨을 획득하면서도 재즈의 역동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신곡 ‘아메리칸 크로’는 알고리즘과 확증 편향으로 양극화된 시대에 소통을 갈구하는 까마귀의 ‘까악, 까악’ 울음소리를 악기로 흉내 내며 시작하죠. 당신의 음악에선 가끔 영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자란 미국 미네소타의 탁 트인 풍경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 저의 많은 곡은 무작정 앉아서 습작하다가 ‘이건 (관악 주자) 스콧 로빈슨이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연주하면 좋겠어’ 하고 떠올리는 식으로 만들어져요. 그다음엔 반음씩 위로 조(調) 바꿈을 하며 12개의 조를 모두 거치는 식으로 열두 달, 황도 12궁을 표현하기로 하는 거죠. 그럼 ‘이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잖아!’ 하게 되죠. 이번에 연주할 ‘스푸트니크(Sputnik)’는 그렇게 나왔어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탈피해 전기 기타의 독특한 연주법이 악곡을 주도하기도 하는데요.

“트럼펫 4대, 트럼본 4대, 색소폰 5대의 전통적 빅밴드 편제는 마치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과 같아요. 저는 가끔 주황색을 원하고, 그 안에서도 약간 붉은 주황이나 노란 주황을 원하기도 합니다. 섬세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조합이 필요합니다. 이번 공연에 거대한 관악기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도 등장해요.”

▷‘재즈 오케스트라’는 극히 마니아의 장르입니다. 그렇다면 이 빅밴드를 어떻게 경영적으로 유지하나요.

“상당 부분은 아티스트셰어라는 회사 덕에 가능합니다. 2000년 전후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가 생기고 음반 산업이 무너져 내릴 때 ‘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팬들에게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곳으로,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회사죠. ‘데이터 로드’ 앨범 제작엔 25만달러(약 3억6000만원)가량 들었어요. ‘아메리칸 크로’에도 족히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는 썼을 거예요. 음반 패키징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충성도 높은 팬이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요점은 이거예요. CD를 직접 제작해 정말 멋진 패키지를 구성하고 정성과 제작비를 가득 들여 만든다면 어떨까요. 당신에게 떨어지는 장당 수익이 12달러(약 1만7000원)라고 해도 1만 장을 팔면 12만달러(약 1억7000만원)가 돼요.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서 1만 명이 내 음악을 들었다? 아마 ‘5센트짜리 수표(정산금)’나 받게 될 거예요. 다시 말해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신의 음악을 내놓아 돈을 벌려면 적어도 수십만 명이나 수백만 명의 청취자를 확보해야 될까 말까 한 구조라는 거죠. 비즈니스맨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고, 거기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어떤 관객을 원하고, 만든 결과물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지를요. 그저 ‘와, 1만 명이나 내 음악을 들었어! 기분 최고다!’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어요. 노출되는 건 좋지만 과다 노출로 죽게 된다면 그건 좋은 게 아니잖아요.”

전통적인 재즈 빅밴드 편성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악기로 연주하는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플러스히치 제공

▷유튜브와의 소송전도 불사한 당신이 최근 신곡 ‘아메리칸 크로’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려둔 것은 ‘아름다운 모순’ 같은 건가요.

“유튜브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반대하는 건 유튜브가 사람들에게 스스로 선택을 통제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원래부터 자신의 음악을 공짜로 나눠주고 싶었던 거라면 무료 음악도 훌륭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우리 모두가 가진 선택권이 아니었어요. 이제 무료로 나눠주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려요.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선택권을 받지 못했고, 그 이유는 그들이 데이터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 그 데이터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한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인공지능(AI)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중국을 이기려고? 뭐든 간에, 세상에,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무섭지 않나요?”

▷당신의 콘서트에 가는 것도 무서워지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은 그걸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죠. 콘서트에 올 건가요?”

▷네, 물론입니다.

“좋아요. 클럽에서 ‘아메리칸 크로’를 연주하면 가끔 관객의 탄식을 듣곤 해요. 곡의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느끼는 거죠. 직접 ‘아메리칸 크로’를 경험하게 되면 무엇을 느꼈는지 제게 꼭 말해주세요.”

임희윤 음악에디터·아르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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