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윤서후, POB 입단 10년 만에 내한 무대…"진짜 프랑스 발레 보여줄 것"

이해원 2026. 7.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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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이겨내고
'쉬제'로 승급한 윤서후
서울 나루아트센터서
韓 빛낸 무용스타 공연
"춤으로 위로 전할 것"

‘파리오페라발레(POB) 세 번째 한국인 정단원’ ‘최연소(만 14세) 호두까기인형 전막 데뷔’ ‘세계 콩쿠르 싹쓸이’….

발레리나 윤서후(27·사진)의 이름 앞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겠다”며 사양했다. 그런 그가 입단 10년 만에 한국 관객 앞에 선다. 올해 1월부터 솔리스트급인 ‘쉬제(sujet)’로 승급해 활동하는 윤서후를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만났다.

그토록 오랜 시간 고사하던 내한 무대를 결심한 이유는 명확했다. 남의 시선에 갇힌 ‘신동’이 아니라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뼈를 깎으며 체화한 진짜 ‘프랑스 스타일’을 보여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윤서후는 오는 8월 1~2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오른다. 그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백조의 호수’ 중 4막, 오데트 파드되(2인무)와 ‘레이몬다’의 결혼식 장면인 그랑 파드되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다. “프랑스 발레는 화려함을 덜어낸 점이 특징이에요.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우아함이 있어요.”

이번 무대에는 같은 발레단 동료 맥스 달링턴이 함께한다. “둘 다 성격이 강해 서로 지적하다 싸우기도 하지만 무대 위 왕자 그 자체인 동료”라며 프랑스 고유의 색채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의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가시밭길과 다름없었다. 러시아식 바가노바 스타일을 배운 소녀에게 프랑스 발레 특유의 섬세함은 거대한 벽이었다. 외국인 단원이 드문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0명 전 단원의 이름과 사진을 노트에 적고 달달 외우고, 호출되면 5분 만에 무대에 올라야 하는 대타 캐스팅을 위해 죽어라 연습했다. 그럼에도 승급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번아웃과 슬럼프가 그를 덮쳤지만 “내가 발레를 좋아해서 선택한 길”이라고 되뇌며 파리를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

지난해 승급 시험을 앞두고 그는 금발의 헤어스타일을 감행했다. 남의 기대를 벗어나 자기 주도성을 되찾은 윤서후의 선언과도 같았다. 당시 ‘Who cares?(상관없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작품을 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그는 이제 최고 직급인 에투알(수석무용수)이라는 타이틀보다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처럼 한 인간의 깊은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꿈꾼다. “춤으로 감정과 위로를 전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이번 공연이 관객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랍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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