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문화 소외지역? 콘텐츠 좋으면 원정 온다”⋯지역 소공연장의 반란
지원금 넘어 ‘자체 브랜드’ 구축, 지역 민간 소공연장의 독보적 자생력

‘문화는 서울로 간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수도권의 대형 공연장과 미술관을 뒤로한 채 서울과 충청권 관객들이 KTX를 타고 전북의 작은 민간 소공연장을 찾고 있다. 규모보다 콘텐츠의 힘이 관객의 발길을 움직이며 지역 문화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전주에 위치한 클래식 전문 공연장 ‘문화공간이룸’. 다음 달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화요일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 시즌4’를 개최하는 가운데, 전북 외 지역 관객들의 원정 관람 비율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개관 이후 400회 이상의 공연을 이어온 문화공간이룸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시즌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의 전체 예매자 가운데 서울·경기·충청 등 타 지역 관객 비중이 18%에 달했다. 재관람률 역시 95%를 기록하며 단순 일회성 방문이 아닌 두터운 팬덤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지역 문화 전문가들은 이 18%라는 숫자에 주목한다.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공립 예술의전당급 대형 기관조차 외지인 유입 비율 20%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민간 소공연장이 순수 콘텐츠 파워만으로 타 지역 관객을 끌어들인 것은, ‘지원금 의존형’에 그치던 지역 공연 문화가 ‘자립형 브랜드’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이처럼 대도시의 대형 기획전시나 연주회를 마다하고 전주의 소공연장을 찾는 핵심 원인으로는 ‘압도적인 현장감과 희소성 있는 융합 콘텐츠’가 꼽힌다.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은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고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주는 기존 공식을 깨고, 한 화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도슨트의 해설과 연주자의 음악으로 입체적으로 재해석하는 공연이다. 대형 홀에서는 느끼기 힘든 연주자의 미세한 호흡과 악기의 원음, 그리고 도슨트와의 가까운 거리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시즌4에는 대형 미술관과 방송을 넘나드는 국내 대표 스타 도슨트 정우철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대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정우철 도슨트는 르누아르(8월 11일)와 뭉크(8월 25일) 편 해설을 맡아 첼리스트 박건우, 테너 박진철 등 실력파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 외에도 카라바조(8월 4일), 로트렉(8월 18일) 편에서는 도슨트 최지영과 재즈 트리오 등이 참여해 보사노바, 재즈 스탠다드 등 화가의 삶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윤정 문화공간이룸 이사장은 “공공 지원금이나 단순 유치 공연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시그니처 기획 브랜드를 구축해 온 노력이 타 지역 관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한계를 넘어 전국의 관객들이 믿고 찾는 클래식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 시즌4’ 예매는 문화공간이룸 홈페이지와 네이버 예매를 통해 가능하며, 빈백석과 R석으로 운영된다.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전화(063-223-5323)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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