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팀 면접, 애 안 낳겠다 약속도" 보유세 개편 앞둔 세입자 '속앓이'

신지후 2026. 7.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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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등장하자마자 기다리던 예비 세입자들이 앞다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등 회사 상사 모시듯 살폈어요. 14팀이나 이 집에 줄 섰다고 하니, 집 상태 확인은 엄두도 못 냈죠."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알아보던 A(34)씨는 서울 영등포구 한 단지에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가 당황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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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줄자 전월세난 심각
7월 평균 전세 7억 돌파한 상황
보유세 강화 점쳐지자 시장 긴장
28일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집주인이 등장하자마자 기다리던 예비 세입자들이 앞다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등 회사 상사 모시듯 살폈어요. 14팀이나 이 집에 줄 섰다고 하니, 집 상태 확인은 엄두도 못 냈죠."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알아보던 A(34)씨는 서울 영등포구 한 단지에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가 당황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한날한시에 6팀과 함께 집을 봐야만 하고, 당일 집주인 면접도 치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출산 계획이 있더라도 안 낳겠다고 말하라"는 당부도 덧붙었다. 실제 A씨는 이달 초 30대 후반 임신부, 4인 가족 등과 줄지어 면접을 봤지만 최종적으로 집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첫 보금자리 마련은 설레어야 하는 일인데 출산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조만간 부동산세 강화에 방점을 찍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입자들의 속앓이도 깊어졌다. 지난해 서울 집값 급등으로 이미 공시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확대될 경우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 원으로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1년 6월 이래로 가장 비쌌다. 특히 중저가 단지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예비 세입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올해 7월 넷째 주(27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누적 6.27% 올랐는데, 성북구(10.1%·작년 동일주차 누적치는 0.22%) 노원구(9.28%·1.22%) 도봉구(7.77%·1.00%) 강북구(7.46%·0.26%) 동대문구(6.43%· 마이너스 0.15%) 등 외곽지역은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보유세 개편으로 전세가격이 한 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이달 안에 계약을 마치려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의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2022년 발표)을 보면, 보유세가 1% 증가할 경우 증가분의 29.2~30.1%가 전세보증금에 전가됐다. 직장인 B(36)씨는 "7월 중순 안에 전셋집을 찾자는 생각으로 일주일 연차를 내면서까지 수도권을 샅샅이 뒤졌다"며 "평생 서울에 살았지만 보유세까지 오르면 전셋값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이달 초 경기 구리시에 자리를 잡았다"고 털어놨다. A씨도 "예비신부가 밤을 새워가며 포털사이트를 보다가 오전 6시에 올라온 전세 매물을 보고 전화해 겨우 계약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세 인상이 확정될 경우 당분간 임대차 시장의 불안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급이 충분한 시장에서의 부동산세 인상은 전월세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금은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요새는 서울 외곽 공급이 더 없는 실정이라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수도권 전반의 전월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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