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칼럼] 중국발 AI 쇼크가 반복되는 이유

한국과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패턴은 뚜렷하다. 중국에서 혁신 기술이 나오면 나스닥이 흔들리고, 코스피는 그 낙폭을 더 키운다.
지난 22일 중국 문샷AI가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을 내놓으며 일부 성능 평가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 최상위 모델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폐쇄형 모델보다 훨씬 낮은 비용에 최고 성능을 낸다는 ‘가성비’가 AI 경제학을 흔들자, 엔비디아 GPU 등 인프라 수요 감소 우려로 AI 반도체 주가가 폭락했다. 곧이어 중국의 자체 노광장비 개발 소식에 ASML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차이나 텐트럼’이라 부를 만하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직접 다녀왔다. 현장에서 본 것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문제는 키미나 중국산 칩이 아니었다. 제2, 3의 키미가 줄지어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가전망, 차이나유니콤 같은 인프라 기업은 물론, 증권사 궈타이하이통, 커피체인 루이싱, 유제품 업체 이리그룹까지 거의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이미 내재화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화두인 ‘AX(AI 전환)’라는 말조차 그곳에선 필요 없었다. 전환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아직 전환 이전 단계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통기업 자체가 이미 AI 기업이었다.
화웨이는 최첨단 칩 없이 국산 칩 수천 개를 묶은 컴퓨팅 시스템을 선보였다. 체화지능관(H3)에는 200여 개 기업이 휴머노이드 300여 대를 전시했는데, 좁은 공간에 도열한 로봇들을 보며 시안의 병마용갱이 떠올랐다. 완성도는 제각각이었다. 매끄럽게 걷는 로봇도, 넘어지고 멈칫대는 로봇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다양성 자체가 산업의 두께를 보여줬다. 최고의 로봇 한 대가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며 학습하는 수백 개 기업의 공급망이 거기 있었다. 국제로봇연맹 집계로 2024년 세계 산업용 로봇의 54%가 중국에 설치됐고,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하루아침에 쌓인 숫자가 아니다.
서방이 보는 지표는 대개 모델 발표와 벤치마크 순위다. 이런 지표는 결과가 다 나온 뒤에야,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움직인다. 그래서 상대는 늘 갑작스레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2025년 딥시크가 그랬다.
지난 27일 상장한 창신메모리(CXMT)도 마찬가지다. 미 국방부 거래금지 명단에 오른 이 회사는 최첨단 노광장비 없이 D램을 양산해 세계 점유율 8%를 확보했다. 삼성·SK하이닉스보다 싸게 델과 HP에 공급되고, 국가 보조금과 자국 AI 서버 수요가 이를 떠받친다.
미국의 중국 공포는 중국이 혁신적이어서라기보다 중국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이 기술전쟁과 AI 패권전쟁으로 번지며 양국 간 민간 교류마저 끊겼다. 정보가 끊기니 ‘깜깜이’만 깊어진다. 중국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흔들리고, 워싱턴은 곧장 수입금지 카드를 꺼낸다. 실제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8일 휴머노이드와 4족보행 로봇의 신규 모델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키미발 반도체주 폭락, ASML 급락에 이은 로봇 수입 금지까지, 한 주 사이 벌어진 세 번의 충격이 ‘차이나 텐트럼’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중국 AI의 허점도 눈에 들어왔다. 최첨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약하고, 과잉 투자로 무너질 기업도 많다. 벤치마크 점수는 높아도 정보 제약 탓에 실제 결과물의 완성도는 미국 최상위 모델에 못 미쳤다.
중국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 자체가 아니라, 덜 완성된 기술도 일단 현장에 넣고, 이후 쓰면서 고쳐나가는 방식에 있다. 이 과정은 조용해서 뉴스가 되지 않는다. 뉴스가 되더라도 넘어지는 로봇 영상 정도로 소비될 뿐이다.
미국이 두려워한다고 한국도 그럴 필요는 없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업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은 중국을 미국보다 훨씬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보가 아니라 접근성의 문제이니, 두려움도 미국을 그대로 베낄 이유가 없다. 차이나 쇼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놀라지 않는 길은 중국의 혁신을 인정하고 냉정히 분석해 우리만의 대응을 찾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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