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 통장 잔고’ 노년기 뇌 건강과 연관...“저축 여력 높여야”

이석호 기자 2026. 7.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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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고령층 대상...경제적 걱정·저축·인지기능 간 분석
‘돈 걱정’보다 ‘저축 상태’가 더 중요...“심리적 안전판 역할”
“저축 늘리는 정책, 인지 저하 늦출 수도...정년 더 늘려야”
챗지피티 생성

노년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인지기능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레이시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연관성은 경제적 걱정 자체보다 '저축 여력'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말레이시아 고령층 대상...경제적 걱정·저축·인지기능 간 분석

말레이시아 선웨이대 연구팀은 쿠알라룸푸르 인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294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심리 부담과 저축 수준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66.5세였다.

이번 연구에서 경제적 걱정은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라, 돈 문제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판단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인지 자원을 소모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이는 경제적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은 당장 생계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장기 재무 계획을 세우거나 저축 상품을 비교·관리하는 등 인지적 실천이 어려워진다는 '희소성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인지기능은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로 측정했다. 경제적 걱정은 최근 7일 동안 ▲빚을 갚지 못할까 ▲식비가 부족할까 ▲집을 잃을까 ▲생활비가 모자랄까 등을 얼마나 자주 걱정했는지 묻는 4개 문항으로 측정했다.

저축은 말레이시아 근로자 퇴직연금제도의 은퇴 준비 기준을 참고해 평가했다. 연구팀은 최소 권장 액수인 24만 링깃(한화 약 8,400만 원)에 근접한 20만 링깃(약 7,000만 원)을 저축 기준으로 삼고, 이를 넘으면 '충분', 미만이면 '부족'으로 분류했다.

◆ '돈 걱정'보다 '저축 상태'가 더 중요..."심리적 안전판 역할"

분석 결과, 전체 참가자의 MoCA 평균 점수는 경도인지장애(MCI)가 의심되는 구간인 23.2점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걱정 유무에 따른 점수 차이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걱정이 없다고 답한 집단의 평균 점수는 23.6점을 기록한 반면, 걱정을 호소한 집단은 22.6점에 그쳐 격차가 1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저축 여부에 따른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졌다. 저축이 충분한 집단의 평균 점수는 25.2점으로 정상 범주에 근접했지만, 저축이 부족한 노인은 22.1점에 머물러 3점 이상 벌어졌다. 이는 객관적 금융 자산이 주관적 불안감보다 인지기능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대목이다.

저축 수준에 따라 경제적 걱정을 느끼는 비율도 달랐다. 저축이 부족한 노인 중에서는 절반 가까운 48%가 경제적 걱정을 호소한 반면, 저축이 충분한 노인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27%로 크게 낮았다. 충분한 저축이 만성적 경제 불안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경제적 걱정이 저축을 매개로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저축과 무관하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통계적으로 분리해 검증했다. 그 결과, 경제적 걱정이 많을수록 저축이 충분할 가능성은 낮았다. 저축이 부족할수록 인지기능 점수도 함께 낮아졌다.

반면 저축 수준을 보정한 이후에는 경제적 걱정 자체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직접적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저축 수준이 경제적 걱정과 인지기능을 연결하는 매개 변수라는 의미다. 경제적 걱정을 '있다·없다'가 아닌 7점 척도 원점수 그대로 적용한 추가 분석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 "저축 늘리는 정책, 인지 저하 늦출 수도...정년 더 늘려야"

연구팀은 저축이 부족하면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생활비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사라져 스트레스 반응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인지적 자원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저축이 충분하면 만성 스트레스가 줄고, 병원 진료와 영양 관리에도 접근하기 쉬워져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했다.

또한 저축 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나 개입이 경제적 걱정으로 촉발되는 인지적 손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년 연장을 비롯해 금융 문해력 조기 교육, 기업의 사회 책임(ESG) 차원에서 퇴직 준비 지표를 필수 공시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는 부채 관리 등 금융교육과 함께 기업의 ESG 사회 지표에 직원의 은퇴 준비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단면 연구 설계로 경제적 걱정과 저축, 인지기능 간 인과관계까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소득이나 건강 상태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모두 통제하지는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 역시 특정 지역에 한정돼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8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액타 사이콜로지카(Acta Psychologica)'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Chun, M., Ng, J. W. J., Vaithilingam, S., Chan, J. K., & Chia, Y. C. (2026). Savings as a cognitive shield: De-coupling economic worries from cognitive decline in older adults. Acta Psycholog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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