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무대 천장엔 조명만 485개

신승근 기자 2026. 7.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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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공간에 루프톱까지 관람
외국인 한정서 한국인도 참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백스테이지에 들어선 관람객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73년 설계 공모에 당선된 엄덕문 건축가의 작품인 세종문화회관은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안채, 안뜰, 사랑채 개념을 적용했다. 대극장이 안채, 엠(M)씨어터가 사랑채, 계단이 있는 가운데 공간이 안뜰이다. 대극장 건물 양쪽 외벽엔 생황, 대금을 부는 비천상을 양각으로 새겼는데, 우리 화강암 324개를 이어 붙인 김영중의 작품이다.”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을 바라보며 유정아 해설사가 경복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얽힌 수백년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어 대극장 로비에 들어서 보라색 바탕에 새겨진 박쥐 문양의 벽면 장식의 색채와 의미, 좌우에 설치된 첼로와 동양의 사현악기 월금을 상징화한 백남준 미디어아트의 연원과 가치에 대해 얘기한다.

‘세종 백스테이지 투어’ 대극장 체험.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 백스테이지 투어’ 유정아 해설사. 세종문화회관 제공

광화문광장 한쪽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던 세종문화회관의 속살을 낱낱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세종 백스테이지 투어다. 지난 5월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주 2회 운영하던 것을 이번 달부터 내국인까지 참여 범위를 넓혔다. 세종 백스테이지 투어는 1972년 화재로 소실된 서울시민회관 자리에 1978년 개관한 건축물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화려한 무대 뒤 가려진 공간, 배우와 스태프들이 숨 가쁘게 오가는 극장의 속살까지 공개해 관객이 케이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대에 올려지는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체험형 문화 콘텐츠다. 건축 해설은 기본이다. 3022석의 대극장과 중극장 엠씨어터, 가변 스튜디오 무대인 에스(S)씨어터, 실내악 공연장인 체임버홀, 상주 예술단의 연습실, 지하 공간과 루프톱 전망대까지 거의 모든 걸 보여준다. 무대에 직접 올라가 사진을 찍고, 루프톱 전망대에선 북악산, 경복궁,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압도적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대극장 객석에 앉아 무대 규모와 작동 원리, 개관 당시 동양 최대 규모였던 초대형 파이프오르간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무대 뒤쪽 백스테이지에 이르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객석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대극장의 이면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약 40m 높이의 천장에 빽빽하게 설치된 36개의 바턴을 통해 무대 세트가 사라지고 장면 전환 때마다 다양한 막을 오르내리는 원리, 조명기사들이 고공의 캣츠워크에서 485개의 조명 기구를 조정하는 방법,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는 무대감독의 콘솔까지 소개하며 관객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줬다. 극이 진행될 때 배우들의 통행로와 동선은 물론, 무대 의상을 순식간에 갈아입고 다시 무대로 오르기 위해 마련한 천막형 탈의실과 분장실, 빼곡한 소품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연습동 5층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무용수들이 한량무를 연습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관람객은 직접 부채를 들고 한량무를 따라 하기도 했다.

‘세종 백스테이지 투어’에서 한량무를 추는 관람객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말레이시아에서 온 제니 양(44)은 “뮤지컬을 보러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는데 항상 객석에서 세팅된 무대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었다. 오늘 백스테이지를 직접 체험하며 그 과정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일롱카(54) 역시 “마치 마술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백스테이지에서 배우들의 드레스룸, 소품 등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일롱카는 “올해만 한국 공연을 28번 봤을 정도로 케이콘텐츠 마니아”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백스테지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한국방송(KBS)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아 해설사는 “다들 세종문화회관을 버스 타고 가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건물로 보지만, 이곳은 공연물과 역사가 함께 호흡해온 특별한 장소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역사가 이곳에 있다. 최근 한국인도 백스테이지 투어를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매주 화요일은 내국인, 목요일은 외국인 상대로 투어를 운영한다. 70분 동안 진행되며, 회차당 최대 관람객은 25명이다.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도 오는 8월 학생을 대상으로 직업탐구 성격의 백스테이지 투어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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