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생각”…김 크리스틴 선이 전하는 소통
국내 미술관 최대 규모 곡면 디스플레이 영상과 드로잉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53512457lrjh.jpg)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싸움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집단 간에 주도권을 두고 끊임없는 논쟁을 벌입니다. 이런 모습이 완고한 바위와 싸운다는 느낌 들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46)이 한국에서 대규모 신작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LG전자가 선보이는 전시 MMCA×LG OLED 시리즈 2026: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이다.
MMCA×LG OLED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현대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접점에서 동시대 시각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장소특정적 신작을 소개한다.
올해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김 크리스틴 선은 이번 전시에서 서울박스를 위해 제작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Have Many Dumb Fights Against Rock)’을 공개한다. 서울박스의 벽면에 세로 8.1m, 가로 5.4m의 초대형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상영되고, 벽면과 바닥면에는 작가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제작된 그래픽이 연결된다. 55인치 LG OLED 스크린 72대로 구성된 곡면 디스플레이는 국내 미술관 전시 사상 가장 큰 규모다.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53512690dpld.jpg)
김 크리스틴 선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박스를 봤을 때 유리벽면에 페인트를 칠할 수 있냐고 물었다. ‘예스’라는 답변을 들어 기뻤다. 또 LG가 곡면으로 휘어지면서 높이가 8m 정도 되는 스크린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며 비전과 아이디어가 구현된 데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높이 16.6m에 달하는 서울박스의 바닥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을 압도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바위는 제 마음의 표상이다. 물리적 사물로 만질 수도 있고 그 위에 걸을 수도 있다. 또한 무게감을 가진 사물이다. 사람들이 의사 결정과 역사에 대한 무게감을 느꼈으면 했다. 스크린을 곡면으로 위로 만들어 나를 덮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농인인 작가는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어와 소리, 접근성과 번역, 사회적 관계를 탐구해 왔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기존에 중점을 둔 소리와 진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누구와 어떤 소통을 하는지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영상에는 6개의 단어가 리듬감 있게 펼쳐지고, 벽과 바닥에는 각 단어를 상징하는 드로잉이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룬다. “벽과 바닥에 그려져 있는 것은 일종의 악보다. 화면에 보이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연주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고전 만화의 모션 라인에서 착안한 그래픽 이미지들을 주요 조형 언어로 활용했다. 속도와 방향, 충돌을 표현하는 모션 라인 현대 사회의 소통 구조와 반복되는 갈등, 서로 다른 감각의 통합을 시각화한다. 드로잉과 영상, 사운드가 서로 호응하며 변화하는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언어를 움직임과 리듬, 관계로 경험하게 된다.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d/20260730153512919iuqw.jpg)
작가의 작품은 흑과 백 위주로 표현되는데 이는 작가의 ‘공포’와 관련돼 있다. 작가는 “저는 청인들이 다수인 사회 안에 살고 있다. 정보는 구어로 전달되고, 말로 하는 언어가 수어보다 더 우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긴장과 소통의 오류가 있다. 제가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최대한 명확하도록 흑과 백으로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간담회는 작가가 미국 수어(American Sign Language·ASL)로 말하고, 이를 수어 통역사가 영어로 말하면 다시 통역사가 한국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가는 자신의 말이 기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될지 주의를 기울이며 최대한 친절히 말하고자 했다.
작품 제목이자 전시의 부제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은 점점 양극화하는 정치적 논쟁이나 소모적 대립이 반복되는 상황을 은유한다. “현재 일어나는 싸움들을 보면서 많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결론도 없다. 전쟁, 집단 학살, 식민주의 같은 것들의 끝은 어디 있는 것일까 싶다”고 했다.
“딸 2명을 키우면서 그들이 살아갈 미래와 더 나은 세상을 생각하게 됐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김 크리스틴 선은 언어와 소리, 접근성과 번역이라는 동시대의 중요한 의제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라며 “이번 신작은 예술과 기술의 창의적 협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동시대 미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1일부터 1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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