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이 픽한 디자이너가 버려진 원단으로 이불을 만든 이유

강은영 2026. 7. 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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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느와 ‘이불집 IBULJIP : BLANKET FORT’
패션브랜드 송지오의 폐원단으로
이불 형태 설치 작업 선보여
연진영 작가는 패션 브랜드 송지오와 협업해 남은 원단으로 이불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 /갤러리느와

입지 않는 옷은 쓰레기가 된다. 매년 수만 톤의 헌 옷이 모이는 칠레 북부 사막에는 폐의류가 모여 만든 산이 생겼다. 하지만 버려진 옷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예술이 된다. 연진영은 남은 원단 등으로 아트퍼니처와 설치미술품을 만든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느와에서 연진영 작가의 개인전 ‘이불집 IBULJIP : BLANKET FORT’이 진행된다. 갤러리느와는 패션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알루미늄 파이프와 에어백, 패딩 점퍼 등 산업 소재와 폐섬유를 활용해 작업해온 연진영은 이번 전시에서 '이불'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송지오의 의류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을 퀼트 기법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이불처럼 완성한 작품들이다.

DMZ 지역에서 전시했던 작가의 기억은 군인들이 화생방 훈련에 사용했던 옷걸이를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이어졌다. /갤러리느와
어린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쓴 듯한 형상의 작품. /갤러리느와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이불 가게를 자주 드나들며 자란 작가는 자연스럽게 원단과 섬유 등의 소재를 가까이 했다. 날씨에 취약한 이불은 비가 오는 날이면 눅눅하게 젖었고, 가게는 두 번이나 불이 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작가는 이불을 천막처럼 천장 가까이 매달고, 일부러 불에 그을린 흔적을 남겼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장마철이면 이불이 비에 맞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곤 했다”며 “어릴 적 축축한 이불에서 느꼈던 시각과 촉각, 후각의 기억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유통되지 못하고 남은 패딩 점퍼의 모자를 키링처럼 엮어 만든 작품과 연진영 작가. /갤러리느와

전시장 곳곳에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아이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 이불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 때문이다. 연진영은 "어른이 돼서도 이불 속에 들어간다는 건 위안인 동시에 또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통로와도 같다"며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이불 안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작가는 주로 버려진 옷이나 방치된 사물을 재료로 삼는다. 1층 천장에 매달린 설치 작품은 버려진 패딩 모자 수십 개를 키링처럼 연결해 완성했고, 3층에는 군인들이 화생방 훈련 때 사용하는 옷걸이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연진영은 아트퍼니처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21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디올과 협업해 파이프와 알루미늄 체크 플레이트로 제작한 '메달리온 체어'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섬유를 입힌 의자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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