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크리스틴 선 "16.6m 서울박스에 도전…내 한계 시험하고 싶었다"(종합)
서울박스 전체를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공개
미국 수어로 전한 언어와 소통의 메시지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을 배경으로 수어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높이 16.6m의 곡면 OLED 스크린과 벽·바닥·유리를 하나의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성한 작품이다. 2026.07.30.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7026vwyo.gif)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벽도, 바닥도, 유리도 모두 사용할 수 있나요?"
농인(Deaf) 작가 김 크리스틴 선(46)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를 처음 마주한 순간 압도됐다. 층고 16.6m의 거대한 공간은 많은 작가에게 설렘과 두려움을 안기는 장소다. 그는 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삼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로 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한국계 미국인 사운드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드로잉과 벽화, 퍼포먼스, 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언어와 번역, 접근성, 권력의 구조를 탐구해 왔다. 지난해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파워 100'에서 34위에 선정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휘트니미술관, 모리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바 있다.

30일 공개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은 거대한 드로잉과 움직이는 영상, 수어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만나는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설치 작업이다.
검은 선은 벽과 바닥, 유리를 가로질러 이어지고, 중앙의 세로 8.1m, 가로 5.4m 곡면 OLED 스크린에서는 문장과 수어, 애니메이션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벽면을 가득 채운 모션 라인과 움직이는 영상으로 마치 만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선 듯한 분위기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공동 추진하는 'MMCA×LG OLED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지난해 첫 번째 작가 추수가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과 동시대 젠더 담론을 대형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김 크리스틴 선이 언어와 소통, 접근성의 문제를 서울박스 전체로 확장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을 수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높이 16.6m의 곡면 OLED 스크린과 벽·바닥·유리를 하나의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성했다. 2026.07.30.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7705brfc.jpg)
높이 16.6m의 서울박스를 통째로 활용한 이번 작업은 김 크리스틴 선에게도 가장 큰 도전이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당시의 흥분을 생생히 떠올렸다.
"처음 서울박스를 둘러본 뒤 벽과 바닥, 천장, 유리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가 제 구상을 믿고 공간 전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며 "그 덕분에 머릿속에 있던 작업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는 작가의 구상에 맞춰 55형 OLED 스크린 72대로 초대형 곡면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그 결과 서울박스를 파도처럼 휘감는 대형 미디어 설치가 완성됐다. 곡면 디스플레이는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선보이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김 크리스틴 선은 "내 작업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또 우리 팀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작업은 내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을 수어로 설명하고 있다. 영혼의 단짝같은 미국에서 함께 온 수어통역사가 인상적이다. 2026.07.30.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7842miez.jpg)
인터뷰는 미국에서 함께 온 수어 통역사를 통해 진행됐다. 작가의 손짓이 이어질 때마다 통역사의 음성이 자연스럽게 뒤를 이었고,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말하듯 수어와 음성으로 세상에 연결했다.
김 크리스틴 선의 작업은 농인으로 살아온 언어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는 수어 통역과 자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온 경험을 '메아리(Echo)'에 비유하며, 언어와 소통, 접근성의 구조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8063dsyr.gif)
이번 전시에서 곡면 OLED 스크린은 단순한 영상 장치가 아니다. 김 크리스틴 선은 '바위'를 인간이 짊어진 선택과 역사, 책임의 무게를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했다.
그는 "관객이 그 무게를 몸으로 느끼길 바랐다"며 "스크린이 머리 위를 덮치는 듯한 형태를 통해 역사의 무게와 인간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신체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벽과 바닥을 가득 메운 드로잉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작가는 이를 하나의 '악보'에 비유했다.
"벽과 바닥의 드로잉은 악보이고, 스크린 속 애니메이션은 그 악보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관객은 작품 사이를 걸으며 선과 움직임, 영상, 사운드가 하나의 공간적 퍼포먼스로 펼쳐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 제목인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은 갈등과 소모적인 대립이 반복되는 동시대 사회를 은유한다.
고전 만화의 모션 라인에서 착안한 선과 기호는 서울박스 전체를 가로지르며 언어와 충돌, 번역의 과정을 시각화하고, 드로잉과 영상, 사운드는 서로 호응하며 언어를 움직임과 리듬, 관계로 확장한다.
![[서울=뉴시스] LG전자는 30일 국립현대미술관과 손잡고 OLED 스크린 72대로 김 크리스틴 선 작가의 대형 설치 미술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번 작품 구현을 위해 55형 OLED 스크린 총 72대로 초대형 곡면 스크린을 구성했다. 사진은 김 크리스틴 선 작가의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작품.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6.07.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8329mynq.jpg)
이번 작업은 작가의 관심이 감각 자체에서 언어와 권력의 문제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그는 "예전에는 진동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며 "문장과 수어가 움직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하는 주체"라고 말했다.
흑백 중심의 화면에 대해서는 "세상은 농인인 나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며 "음성언어 중심 사회에서 살아오며 가능한 한 흑백처럼 명확하게 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작가로서 조금은 모호해질 특권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 크리스틴 선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Against the Rock)'을 수어로 설명하고 있다. 2026.07.30.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30/newsis/20260730134058514yxmx.jpg)
작업의 출발점도 개인에서 다음 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의 두 딸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것이 내 작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농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속도와 방향, 충돌과 긴장을 담은 만화적 선들이 서울박스를 통통 튀듯 가로지르며, 언어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관객은 그 안을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차이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김 크리스틴 선은 언어와 소리, 접근성과 번역이라는 동시대의 중요한 의제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라며 "이번 신작은 예술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감각 경험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공동 추진하는 'MMCA×LG OLED 시리즈'로, 2027년 2월 1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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