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야 아버지 살린다”…1만㎞ 날아온 모로코 삼부자의 기적
말기 간부전에 진행선 간암 겹쳐 프랑스에선 수술 고사
프랑스 의사 아들 세계 각국 조사 끝에 서울아산병원행

간기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데다 간암까지 진행돼 간이식마저 쉽지 않았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로코 삼부자가 약 1만 킬로미터(km) 떨어진 한국으로 날아왔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둘째 아들이 세계 각국의 간이식센터에서 낸 논문을 일일이 조사한 끝에 서울아산병원을 택했고, 60대 부친은 두 아들의 간 일부를 동시에 이식받아 일상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말기 간부전과 진행성 간암을 앓던 모하메드 엘 케타니(64·남) 씨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모하메드 씨는 C형 간염을 앓은지 20년째다. 10년 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간염 자체는 호전됐지만, 오랜 기간 투병한 탓에 간의 85%가량이 손상됐고 간경화와 간부전이 생겼다. 남은 간으로 버티던 중 코로나19 감염을 겪으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설상가상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자 등록을 위한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초기 간암 진단을 받았다. 색전술로 종양을 제거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으나, 올해 2월 추적검사에서 6cm 크기의 새로운 종양이 발견됐다. 종양은 간내 문맥까지 침범한 상태였고 진행 속도도 빨랐다. 간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프랑스 의료진은 더이상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식 대상에서 제외했다. 형제가 생체간이식을 시도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게 된 배경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간이식을 처음 이식한 지 30여년 만인 2025년 초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첫 간이식 9000례를 달성했다. 살아있는 공여자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 시행건수만 연간 400례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간이식센터는 물론,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연 30례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두 아들의 강력한 설득에 삼부자는 4월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식을 진행하기엔 장애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진행성 간암은 이식하면 조기에 재발하고, 재발 이후에는 암이 급속히 진행할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모하마드 씨는 체중이 135kg에 육박할 정도로 체격이 커 한 사람에게서 이를 감당할 만한 간 무게가 나올지 우려스러웠다.

서울아산병원은 두 아들로부터 각각 간 일부를 받아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한 사람의 간 기증으로는 간 용량이 충분치 않거나 기증자의 안전을 위해 간을 남겨둬야 할 때 적용된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했고,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664례 시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둘째 아들 오마르 씨는 아버지와 혈액형도 달랐다. 서울아산병원은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을 1100례 이상 시행한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무난하게 극복했다. 마침내 5월 22일 오전 8시 세 개의 수술실이 가동됐다. 첫째 아들은 간 좌엽을, 둘째 아들은 간 우엽을 각각 기증했고, 최소절개와 복강경 수술법이 적용돼 기증자의 회복과 수술 후 부담을 줄였다. 수혜자인 모하메드 씨의 수술은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맡았다. 간경변으로 간 크기가 크게 줄어들고 복수가 찬 상태였으며 간암이 간문맥을 침범한 것으로 의심됐다고 한다. 간이식팀은 종양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간 전체를 절제했다. 또한 두 아들의 간을 이식하기에는 환자의 횡격막 아래 공간이 좁아, 오른쪽 신장을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이식 간이 자리 잡을 공간을 확보한 다음 두 기증자의 간을 안정적으로 이식했다.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2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힘든 수술이었지만 삼부자 모두 순조롭게 회복해 두 아들은 물론, 모하메드 씨도 다음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오마르 씨는 “압도적으로 우수한 의료 기술과 병원 시스템뿐 아니라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인간적인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언젠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로코 삼부자가 머나먼 한국까지 찾아온 것은 우리나라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전 세계 말기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을 되찾고 고국에서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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