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질주에 현대차·기아 딜레마···“점유율이냐 수익성이냐”
할인·인센티브 확대 불가피···시장 지킬수록 수익성은 후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공세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인센티브(딜러사 지원금)와 할인 폭을 확대할수록 수익성은 악화되는 구조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현대차·기아도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은 당장은 시장 선점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수익성 일부를 희생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유럽을 넘어 북미와 아시아 등 주요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점유율을 잃으면 향후 이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유럽 흔든 중국 전기차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상반기 테슬라는 11만178대를 판매한 반면 BYD는 7만933대에 그치며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BYD가 공격적인 가격 전략과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BYD는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앞세워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중심 전략을 펼치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군을 대거 투입하면서 판매 확대에 성공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 등을 문제 삼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견제에 나섰지만,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실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유럽 내 공장을 신설하거나 기존 생산시설을 인수하고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부담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기업은 내수 시장 둔화와 글로벌 통상규제 강화에 대응해 2023년 이후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관세와 원산지 규제 등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며, 최근에도 이같은 모멘텀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점유율 지킬수록 수익성 악화···커지는 글로벌 부담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인과 금융 프로그램, 판매 인센티브 등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재는 수익성보다 점유율 방어를 우선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아직 성장 국면인 만큼 지금 시장을 내주면 향후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기반을 회복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유럽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핵심 시장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점유율 방어 전략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판매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릴수록 차량 한 대당 수익은 줄어들고 결국 영업이익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판매 인센티브 확대 등 영향으로 약 57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회사가 제시한 수치에는 차종 믹스 개선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도 함께 반영된 만큼, 인센티브 확대에 따른 실제 영업이익 감소폭은 이보다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의 2분기 인센티브 비용은 7230억원에 달했다. 특히 회사는 유럽 시장의 평균 인센티브가 지난해보다 차량당 1000유로(한화 약 165만원)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시장의 평균 증가폭인 약 400달러(약 57만원)의 3배 수준에 해당한다.
결국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당장 현대차와 기아 모두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센티브 부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중동 시장에서 공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현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에서 1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았지만,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운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시장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 차종을 더욱 확대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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