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문제 모두 떠맡아…학폭 신경쓸 틈 없는 ‘학교전담경찰관’[생존게임이 된 학폭]

김용재 2026. 7. 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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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학생과 관련된 일이면 결국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옵니다. 요즘 SPO는 사실상 '소년 경찰'에 가까워졌다고 봅니다."

이어 "SPO를 청소년 도박·마약·디지털범죄와 정신건강 문제까지 다루는 사실상의 '소년 경찰'로 활용할 것이라면 확대된 업무에 맞는 인력과 전문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학교폭력 예방·피해 학생 보호·가해 학생 선도라는 본래 기능을 강화하려면 교육청과 전담조사관, 경찰 수사부서 사이에서 SPO가 어떤 정보를 공유받고 어느 단계에서 개입할지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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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선도 위한 역할이지만
청소년 문제 전반으로 업무영역 확대
신고·고소 없는 사건 인지조차 못해
모호해진 역할·위치 재정립 목소리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폭력을 넘어 도박, 딥페이크, 마음건강 등 학생들이 겪는 각종 문제를 도맡으며 역할 재정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챗GPT 제작]

“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학생과 관련된 일이면 결국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옵니다. 요즘 SPO는 사실상 ‘소년 경찰’에 가까워졌다고 봅니다.”

서울의 한 학교전담경찰관 A씨는 최근 달라진 SPO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전담경찰관의 업무가 사이버도박과 마약, 딥페이크 범죄부터 자해·자살 위험 학생 관리까지 청소년 문제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SPO는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감독관’과는 사뭇 다르다. 정작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SPO가 사건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 사실관계 조사는 교육청 소속 전담조사관이 하고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 내 별도 수사팀이 맡으면서 학교폭력 대응을 위해 도입된 SPO가 학교폭력과 멀어졌다는 것이다.

학폭 방지 SPO 제도…도박·마약·딥페이크까지 맡는다

SPO 제도는 2012년 도입됐다. 2011년 대구 중학생 투신 사건이 벌어진 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193명으로 출발한 SPO는 2026년 정원 기준 1127명 규모로 확대됐다. 전국적으로 SPO 한 명이 평균 약 10개 학교를 담당한다. 학교폭력예방법상 SPO의 주요 역할은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피해 학생 보호·가해 학생 선도, 학교폭력 단체 관련 정보 수집과 해체 등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10여년 사이 청소년을 둘러싼 범죄와 위기 유형은 크게 달라졌고 SPO 업무가 크게 확대됐다. 최근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뿐 아니라 사이버도박,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 여러 문제가 잇따라 등장했고 정신건강 위기에 놓인 학생 관리까지 SPO의 업무와 연결되고 있다.

서울의 한 SPO는 “처음에는 학교폭력 예방과 선도, 피해자 보호와 위기청소년 지원이 중심이었다”며 “요즘에는 사이버도박과 청소년 마약 같은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자해·자살 위험 등 정신적으로 위기에 놓인 학생들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이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동시에 교육과 선도라는 회복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지금의 SPO는 사실상 일본에서 말하는 ‘소년 경찰’과 비슷한 역할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은 ‘소년경찰활동규칙’을 제정하고 비행 예방·소년 보호 관점에서 청소년에 대해 폭넓고 다양한 개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전에서는 SPO 한 명이 평균 13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대전의 한 SPO는 “학생과 관련된 문제라면 대부분 SPO 업무와 연결된다”며 “신학기에는 학교 예방교육 수요가 몰리고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홍보처럼 새로운 업무도 계속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특정 청소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새로운 업무가 SPO에 계속 추가되고 있는 셈이다.

담당 학교서 학교폭력 터져도 몰라

SPO의 역할이 청소년 문제 전반으로 확대되는 사이 정작 제도의 출발점이었던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역할이 모호해졌다. 학교폭력이 신고가 들어오면 교육청의 행정절차와 경찰의 형사절차는 별도로 움직인다. 학교나 교육청을 통해서만 학교폭력으로 접수되고 112·117 신고나 형사고소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담당 SPO가 사건 발생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의 또 다른 SPO는 “학교폭력이 접수돼도 SPO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학폭 접수는 학교와 교육청 절차를 통해 진행되고 경찰에 형사고소 등이 들어와야 사건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년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역할은 더욱 세분화됐다. 학교폭력 행정 절차상 사실관계 조사는 교육청 소속 전담조사관이 맡고, 형사고소나 경찰 신고가 이뤄진 사건의 수사는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등 수사부서가 담당한다. SPO는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 상담과 모니터링, 재발 방지 등 예방·사후관리 역할을 주로 맡게 됐다.

여기에 전담조사관과 SPO 사이에 실시간으로 사건 정보를 공유하거나 역할을 연계하는 구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헤럴드경제가 접촉한 SPO들은 한목소리로 “전담조사관과의 교류가 없다“고 언급했다. 현재 SPO는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이지만 담당 학교에서 발생한 모든 학교폭력 사건을 공유받는 것도, 사실관계 조사나 형사수사를 직접 맡는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가 됐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조사와 심의, 형사수사가 각각 별도 조직으로 나뉘면서 SPO가 사건 초기부터 학생을 살피거나 관계 회복에 개입할 여지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넓어진 업무, 흐려진 역할…“SPO 다시 설계해야”

경찰 내부에서도 변화한 청소년 범죄 양상에 맞춰 SPO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PO 업무를 장기간 담당했던 한 경찰은 “과거에는 신체폭력이나 금품갈취 같은 전통적인 학교폭력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딥페이크와 도박, 마약 등 새로운 청소년 범죄가 학교폭력과 복합적으로 얽히고 있다”며 “변화한 환경에 맞춰 SPO의 대응 영역과 역할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할만 넓히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처럼 한 명이 여러 학교를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개별 학생을 지속해서 관리하면서 예방활동까지 충분히 하기 어렵다”며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선도와 재범 방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역할에 맞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출발한 SPO의 업무가 청소년 문제 전반으로 확대됐다”며 “학교폭력 대응 체계에서는 조사·심의·수사가 세분화되면서 SPO의 위치가 오히려 모호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PO를 청소년 도박·마약·디지털범죄와 정신건강 문제까지 다루는 사실상의 ‘소년 경찰’로 활용할 것이라면 확대된 업무에 맞는 인력과 전문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학교폭력 예방·피해 학생 보호·가해 학생 선도라는 본래 기능을 강화하려면 교육청과 전담조사관, 경찰 수사부서 사이에서 SPO가 어떤 정보를 공유받고 어느 단계에서 개입할지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재 기자·윤승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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