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초저가 마트 ‘프라이스핏’, 한국 유통시장서 통할까

화성 1호점 준비, 용인·아산 채용 정황도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베토포르는 한국법인 사브알케이를 통해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 ‘프라이스핏’ 출점을 준비 중이다. 1호점은 경기 화성시에 이르면 9월 추석 연휴 전, 늦어도 연내 문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매장은 250~300평 규모의 창고형 할인마트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스베토포르, 유럽서는 ‘메레’로 알려진 하드디스카운터
스베토포르는 2009년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출발한 하드디스카운트 체인이다. 러시아에서는 ‘스베토포르’, 유럽에서는 주로 ‘메레(Mere)’ 또는 ‘마이프라이스(MyPrice)’ 브랜드로 알려졌다. 창고형 매장에 상품을 팔레트나 박스째 진열하고, 인테리어와 인건비, 물류비를 최소화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 특징이다.
해외 유통업계에서는 스베토포르의 모델을 ‘노 프릴스(no-frills)’ 전략으로 설명한다. 매장 장식과 진열 서비스를 줄이고, 저렴한 임대료의 외곽 입지를 활용하며,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상품군도 대형마트처럼 넓게 가져가기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식품과 생활용품 중심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전략은 경기 침체기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 고물가와 가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싼 장보기 채널’을 내세우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식자재마트, 노브랜드, 다이소, 창고형 할인점 등 저가·실속형 채널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
외국계 유통 ‘무덤’ 한국, 현지화가 관건
한국 시장은 외국계 대형 유통사에 녹록지 않았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200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영국 테스코도 2015년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사실상 한국에서 빠져나갔다. 한국 소비자의 신선식품 선호, 촘촘한 도심형 점포망, 빠른 배송과 이커머스 경쟁, 대형마트 영업 규제 등이 외국계 유통사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스베토포르도 해외 시장에서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메레 브랜드로 여러 국가에 진출했지만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는 매장 철수와 확장 지연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했고, 공급망과 현지 소비자 취향을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상품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초저가 유통 모델은 공급업체와의 직거래, 단순 물류, 낮은 운영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국내 식품·생활용품 시장은 이미 대형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식자재마트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히 러시아식 저가 모델을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
홈플러스 공백 속 저가 유통 실험 주목
프라이스핏의 등장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재편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거치며 점포 운영과 협력업체 관계에서 혼란을 겪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 전반은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더 싼 장보기 채널을 찾고 있다. 이 틈새를 외국계 초저가 유통사가 파고드는 셈이다.
사브알케이가 화성, 용인, 아산 등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을 테스트 지역으로 택한 것도 눈에 띈다. 화성과 용인은 주거 수요와 산업단지가 함께 있는 지역이고, 아산 역시 배후 인구와 공단 수요가 있는 곳이다. 도심 핵심 상권보다 임대료 부담이 낮은 입지에서 실속형 소비자를 겨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첫 매장 성과가 향후 확장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200개 매장 목표가 실제 출점으로 이어지려면 초기 테스트 매장에서 상품 회전율과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만으로 고객을 모을 수 있는지, 국내 공급업체와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지, 러시아계 유통사라는 점이 소비자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동시에 신선도와 편의성, 브랜드 신뢰도도 중요하게 본다”며 “프라이스핏이 단순히 싼 매장이라는 인식에 머물지 않고 반복 방문을 끌어낼 수 있는 상품 구성을 갖추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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