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삼부자 1만 km 날아와 한국서 간이식 새 삶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두 아들 간 우엽과 좌엽 아버지에게 성공적 이식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말기간부전에 간암까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아버지를 살릴 곳은 한국뿐이라는 결단으로 모로코 삼부자는 1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한국 땅에서 간이식을 받았고 기적처럼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북아프리카 서쪽 모로코에서 대형 정유회사를 운영하던 모하메드 씨는 C형 간염을 앓기 시작했다. 다행히 10년 전 신약을 복용하면서 간염 자체는 치료됐지만, 오랜 투병으로 인해 간의 85%가 손상됐고 간경화와 간부전이 생겼다.
남은 15% 간으로 버텨오던 중 코로나를 겪으며 간에 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로코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였던 모하메드 씨는 결국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을 위한 대기자 등록 검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간암 극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색전술로 종양을 제거해 큰 위기를 넘긴 듯했으나, 올해 2월 추적 검사에서 처음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양이 확인됐다. 두 번째 종양은 크기가 6cm로 진행 속도가 매우 빨랐고 간내 문맥에도 침범한 상태였다. 프랑스 의료진은 더 이상 간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모하메드 씨는 이식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모하메드 씨의 두 아들이 나섰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둘째 아들 오마르 엘 케타니(30세) 씨는 형 하침 엘 케타니(33세) 씨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간이식센터를 찾아 나섰다.
형제는 전 세계 간이식센터의 논문을 찾아 읽은 끝에 서울아산병원을 알게 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간이식센터도 뇌사자 간이식 비중이 높아 생체간이식은 연 10례에 불과했으며,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연 30례 수준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생체간이식만 연간 400례를 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첫 진료에서 모하메드 씨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로부터 생체간이식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4월 8일 입원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모하메드 씨는 이식을 진행하기에 장애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진행성 간암은 이식하면 조기에 재발하고, 재발 이후에는 암이 급속히 진행할 가능성이 컸다. 또 체중이 135kg에 육박할 만큼 체격이 매우 컸다. 이 정도 체격에는 대사 요구량을 충족할 만한 충분한 크기의 간을 제공해야 한다. 즉 기증자가 두 명이 필요한데, 모하메드 씨의 체격을 감당할 충분한 간 무게가 나올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대1 생체간이식은 한 사람의 간 기증으로는 이식되는 간 용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남은 간 용적으로 기증자 생명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따를 때 적용하는 수술법이다. 서울아산병원 말기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에게 664례의 2대1 생체간이식을 독보적으로 시행하며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기증자 중 오마르 씨는 아버지와 혈액형이 맞지 않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도 세계 최다인 1,100례 이상 시행해 왔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침내 5월 22일 총 세 개의 수술실에 동시에 불이 켜졌고 삼부자는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기증자 간절제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정동환 교수가 맡았다. 이어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모하메드 씨 간이식을 집도했다.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새벽 2시를 넘겨 장장 17시간 만에 끝이 났다. 힘든 수술이었지만 삼부자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였고, 다음 주 모하메드 씨까지 무사히 퇴원할 예정이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로코 삼부자가 머나먼 한국까지 찾아온 것은 우리나라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도 전 세계 말기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을 되찾고 고국에서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간이식팀 의료진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