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국장…다시 미장으로 고개 돌리는 개미
서학개미, 이달 美주식 순매수 한달 새 6배 늘어
RIA계좌 도입 효과도 미미…잔고 감소에 세제혜택도 줄어
[대한경제=김동섭 기자]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가 다시금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를 다시 국내로 유입하기 위해 도입한 RIA(국내시장복귀계좌) 효과도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총 41억7562만 달러(약 6조7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 순매수액인 6억3296만 달러(9195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6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특히 이번 주 폭락장이 이어진 27일과 28일, 단 이틀 동안에만 15억7958만 달러(2조2929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이 23억3597만 달러 순매수로 1위에 올랐다. 이어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8억2924만 달러), 알파벳(3억4221만 달러)이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루에만 10% 넘게 급락하는 국장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면서도 반도체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11% 가까이 하락한데 이어 또 5.98%나 떨어져 5663.24로 마감했다.
사상 초유의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8% 이상 하락시 매도주문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올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만 43차례, 서킷브레이커는 9차례나 된다. 이렇다보니,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9114.55)와 비교하면 한달 여만에 무려 37% 넘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미국 주식 매수세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가라앉으면서 종전 대비 미국주식 매수 여력이 커진 것이다.
서학개미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고자 도입한 RIA의 자금유입도 시들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RIA 가입계좌는 32만5903좌, 총잔고는 2조1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6일(31만3594좌·2조6560억원)과 비교하면 계좌 수는 소폭 늘었지만 잔고는 17% 가까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주식 매도 결제분에 적용되는 양도소득 공제율도 이달 말까지는 80%이지만 8월부터는 50%로 낮아지면서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 유인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는 한 개인투자자의 미국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데다 국내 증시 불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이탈한 상황”이라며 “코스피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미국 우량주와 반도체주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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