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모 성우 “간절함 알기에… 스무살 가장의 꿈 위해 재능기부”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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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큐." 성우 지망생 수빈(가명·20)이 한 손에 태블릿 PC를 들고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횡격막 아래에 위치합니다." 한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우 박준모(33)씨가 손을 들었다.
수빈은 대학에 가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 번 성우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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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탐사보도 기사 사연 읽고
홀로 동생들 돌보는 성우 지망생
멘토 자처하고 무료 수업 나서
“이루지 못해도 후회 없길 바라”
1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녹음 스튜디오. 성우 지망생 수빈(가명·20)이 한 손에 태블릿 PC를 들고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동안 수빈의 목소리는 조금씩 안정된 톤으로 바뀌었다. 녹음이 진행되던 중 이번에는 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 해도 될까요?” 박씨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 깨닫다니, 너무 좋아요.”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한 것은 이날로 다섯 번째다. 수업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박씨가 수빈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올해 4월. 새해 들어 ‘열심히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다니던 헬스장의 새벽 오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기사 하나가 걸려 있었다. 세계일보 탐사기획 ‘사각의 사각’ 2회 ‘스무 살의 봄’이었다.

기사는 수빈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수빈은 반지하 방에서 초등학생 동생 둘을 돌보고 있었다. 아빠는 8년 전 집을 나갔고, 엄마는 두 차례 아동·청소년 방임으로 처벌받은 이후 이제는 아예 따로 산다. 수빈은 대학에 가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 번 성우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월 30만원인 학원비는 주말 웨딩홀 뷔페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성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은 박씨가 누구보다 잘 안다. 본격적인 준비부터 성우에 합격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떨어지지’라는 생각이 반복될 즈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편도선 제거와 비염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다 4년간 발성을 제대로 공부한 뒤 2023년 마침내 KBS 성우 공채에 합격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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