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기 진화에 배터리도 변신… ‘고밀도·초박형’ 경쟁 본격화
용량 경쟁 넘어 제한된 공간 내 에너지 저장 효율 극대화가 핵심 경쟁력
‘갤럭시 Z 폴드8’ 실리콘카본 배터리 탑재… 무게 줄이고 용량 9% ↑
스마트안경·워치 등 웨어러블 확산에 실리콘 음극재·이형 셀·전고체 배터리 개발 사활

[대한경제=이계풍 기자]인공지능(AI) 기술이 스마트폰을 넘어 안경, 시계, 반지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침투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키우던 ‘크기 경쟁’에서 벗어나, 제한된 기기 내부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다투는 ‘고에너지밀도’와 ‘초소형·경량화’ 경쟁으로 전장이 이동한 것이다.
AI 연산과 각종 센서·카메라의 상시 가동으로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소비자들은 더 얇고 가벼운 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폴더블폰과 AI 스마트안경 등 차세대 폼팩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배터리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갤럭시 Z 폴드8’은 이 같은 배터리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 실리콘카본(Si-C) 배터리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 기존 흑연 음극재 대신 실리콘과 탄소를 복합 사용해 동일한 볼륨 내에서 리튬이온 저장 능력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용량을 전작(4400mAh) 대비 약 9% 늘린 4800mAh로 확대하면서도, 기기 무게는 201g으로 줄이고 동영상 연속 재생시간을 최대 26시간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 혁신의 필요성은 AI 스마트안경과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시장에서 더욱 절실하다. 메타와 삼성전자 등이 공을 들이는 AI 스마트안경은 마이크, 통신 모듈, 카메라를 상시 가동해야 해 전력 소모가 극심하지만, 일반 안경 수준의 착용감과 무게를 유지해야 하므로 크기를 무작정 키울 수 없다.
이에 대응해 배터리 업계는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인 초박형 셀과 곡면ㆍ밴드 형태의 이형(異形) 배터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은 황화물계·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어 같은 용량에서도 더 작고 가벼운 설계가 가능하다. 특히 화재 위험을 낮추고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기술 확보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삼성SDI는 자체 실리콘·카본 나노복합체(SCN) 기술과 함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웨어러블용 이형 배터리 기술도 고도화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실리콘 음극재와 황화물계 전고체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웨어러블용 초소형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글로벌 고객사 대상 시제품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이노빅스(Enovix)는가 3차원 셀 구조와 실리콘 음극 기술로 스마트안경과 웨어러블용 고에너지밀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TDK도 소형 IoT 및 웨어러블용 표면실장형 전고체 배터리 ‘세라차지’를 상용화하는 한편,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기의 폼팩터가 다변화될수록 기기별 맞춤형 공간 활용도와 전력 최적화 배터리 설계 역량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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