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기준금리 연 3.50~3.75%로 동결 FOMC 위원 12명 중 3명 인상 주장…워시 "좋은 집안 싸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AP 뉴시스
(뉴욕=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 특파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데 이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느슨한 물가 목표는 없다"며 2% 물가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사실상 '매파적 동결(통화 긴축 선호)'로 해석하고 있다.
현지시간 29일 연준은 이틀간 열린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9대 3으로 의결했다. 올해 1월과 3월, 4월, 6월에 이어 7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워시 의장이 취임한 이후로는 두 번째 동결 결정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중동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고용 증가세는 노동력 증가와 보조를 맞추고 있고 실업률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으며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일부 가격 상승은 공급 충격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6월 발표문과 비교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향후 금리 방향을 시사하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도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워시 의장이 처음 주재한 FOMC에서는 위원 12명 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워시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반대표가 나온 데다 같은 방향의 소수의견이 3명이나 제시되면서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망보다 반대표가 많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회의 전 월가에서는 해맥 총재와 로건 총재 등 2명 정도가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카시카리 총재까지 인상론에 가세했다. 반대표를 던진 위원 3명이 모두 지역 연은 총재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워시 의장을 비롯한 워싱턴 연준 이사회 위원들은 모두 동결에 찬성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은 위원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세 명의 반대표에 대해서는 "좋은 집안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 명의 위원이 동시에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향후 물가 지표가 다시 악화될 경우 연준 내부의 긴축 요구가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목표는 오직 2%"…물가와 타협 선 그은 워시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느슨한 물가 목표는 없다"며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오직 2%"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경기와 고용 여건을 고려해 2%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일정 기간 용인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기대에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워시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최근 이어진 여러 충격에도 인상적인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동 분쟁과 국제유가 급등, 관세 부담 등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경제 활동과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연준이 경기 둔화 우려보다 물가 안정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워시 의장은 또 지난 6월 회의 이후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모두 높아졌다고 밝혔다. 정책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았더라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이전보다 긴축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물가에 미칠 영향도 새로운 변수로 제시했다. 워시 의장은 AI 투자 수요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으로 확산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연준이 판단해야 할 물가 경로는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 그칠지, 운송비와 생산비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할지가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짧아진 성명, 사라진 금리 힌트…시장은 9월로
이번 성명은 지난 6월과 비교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워시 의장 취임 이후 도입된 짧고 단순한 형식도 그대로 유지됐다.
CNBC에 따르면 지난 6월 성명은 약 130단어로, 제롬 파월 전 의장 시절 300단어를 넘기던 성명보다 절반 이상 짧아졌다. 또 금리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워시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현재의 정책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과거처럼 성명 문구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하기보다 물가와 고용 등 경제지표, 그리고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과 인상 전망이 이례적으로 팽팽하게 맞섰던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결정보다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물가와 고용지표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준의 다음 선택도 결국 이러한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