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한국만 이런 게 아니라는데… 코스피 변동성, 美보다 5배 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극심한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해 “지난 2~3개월은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증시가 출렁였다는 의미였다. 김 실장 발언은 28일(현지 시각)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브라질 현지 기자 브리핑에서 나왔다. 그는 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문제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즉각 입을 모아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역대급 변동성으로 증시는 물론 온 나라가 난리통이 됐는데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유체 이탈’ 화법을 썼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발언은 미국·일본 등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맞지 않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정부가 도입한 지난 5월 27일 이후 두 달여간 코스피는 사흘에 한 번꼴로 5% 이상 폭락하거나 폭등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같은 기간 5% 이상 등락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한국의 증시 변동성도 최근 두 달간 주요국 대비 최대 5배나 컸다.
코스피는 4월 이후 석 달 만에 80% 급등하며 지난달 22일 역대 최고점(9114.55)을 찍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지난 4월 초 수준인 5600선으로 돌아갔다.
정책이 초래한 증시 변동성에 손실을 본 건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29일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 개인들이 약 387억달러(약 56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주요국보다 코스피 변동성 극심
코스피는 5월 27일 이후 지난 28일까지 두 달여 동안 24일(56%)을 3% 이상 등락했다. 해당 기간 중 절반 이상 거래일에 주가가 널뛰기를 한 셈이다. 3% 이상 등락률은 통상 급등락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같은 기간 하루도 없었고, 일본은 8일이었다.
증시가 급등락하면 수치가 커져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가 주요국의 3~5배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변동성 지수는 지난 5월 27일 이후 일평균 86.2를 기록했다. 닛케이평균(33.9)의 2.5배, S&P500(17.3)의 5배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

◇‘손실의 눈덩이’ 현상 키운 레버리지
일각에선 코스피 변동성이 너무 커서 코인 시장이 죽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신들은 ‘코스피가 도박판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출렁임을 정책이 초래한 측면이 매우 크다. 정부는 지난 1월 출시 검토 후 5개월도 안 돼 법까지 고쳐가며 속전속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내놓게 했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까지 나오자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초래됐다. 매일 장 마감쯤 2배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 자산이 되는 주식을 팔거나 사야 해, 주가가 하락할 때는 하락폭을 거세게 하고, 상승장에선 상승폭을 키우는 식이다.
투자자 손실은 누적됐다. 만약 기초 주식이 하락한 경우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가 그다음 날 원금을 회복하려면 전날 하락 폭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초 주식이 원금을 회복했을 때에도, 레버리지 상품은 여전히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손실의 눈덩이’ 현상을 우려해 최근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멈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외국인 역대 최대 순매도
4월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은 110조원 가까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4개월 순매도 규모만으로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한 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34조5858억원)을 3배 넘게 경신했다. 정확한 손익을 추산하긴 어렵지만 대부분 큰 이익을 보고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4월 이후 개인들은 80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기관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규모였다. 7월 들어서만 외국인이 17조181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17조560억원을 반대편에서 사들였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면 안 된다’는 증시 격언이 있는데, 외국인이 떨구는 칼날을 개인들이 맨손으로 붙들다 출혈을 보게 된 셈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투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손해도 상당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22일 약 525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90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했다.
손실의 상당 부분은 개인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92% 정도를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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