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처럼 계단과 복도 누비며 듣는 클래식
연주자·관객 “흥분되고 신기한 경험”

공연장에서 보통 관객은 좌석에 앉아 있고 연주자가 무대 위에 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공연장이 쉬는 월요일이었던 지난 27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은 달랐다. 이날 관객 120여 명은 놀이동산처럼 네 그룹으로 나뉘어 빨간색·녹색·하늘색·보라색 팔찌를 왼손에 찼다.
잠시 후 관객들은 계단과 VIP룸 등 공연장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주자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이동식으로 연주를 들었다. 4층 계단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정민이 슈베르트의 ‘마왕’에 바탕한 에른스트의 ‘카프리스’, 3층 계단에서는 첼리스트 홍채원이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2악장을 연주했다. 2층 VIP룸으로 가면 바이올리니스트 임도경이 바흐의 파르티타 2번 가운데 ‘사라방드’를 들려줬고, 1층의 텅 빈 대극장에서는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스트라빈스키의 ‘엘레지’를 연주했다. 평소 3000명까지 들어가는 대극장에 30여 명씩 앉은 셈이었다.
연주자들로서는 네 그룹의 관객 앞에서 같은 곡을 네 차례 연주한 셈이었다. 모두 무반주 독주곡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첼리스트 홍채원씨는 “평소 연주자들은 잘 차려진 무대 위에서 연주하지만, 계단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니 긴장과 흥분감이 교차했다”면서 웃었다. 관객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대신에 놀이동산이나 관광지처럼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중학생 관객 이소영(13)씨는 “공연장에서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들으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전반의 이동식 공연이 끝난 뒤 네 연주자는 1층 대극장 복도 한편에 모여서 다시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인 ‘죽음과 소녀’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은 다음 달 14~16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시발레단의 ‘죽음과 소녀’ 공연을 알리기 위해 일회성으로 마련됐다. 관객들이 배우들을 따라다니거나 방을 돌면서 관람하는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같은 체험형 공연에서 착안한 것이기도 하다. 이날 해설을 맡은 음악 칼럼니스트 나성인씨는 “31세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 슈베르트의 음악과 삶을 상징하는 단어가 방랑과 고독”이라며 “이 방랑과 고독을 관객들의 이동과 홀로 연주하는 독주(獨奏)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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