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빅밴드 음악의 혁신가… “재즈의 본질은 경청”

“21세기 빅밴드 음악의 혁신가.”
현대 재즈계에서 작곡가이자 지휘자 마리아 슈나이더(65)에게 따라붙는 찬사다.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다. 18인조 빅밴드를 이끌며 독창적인 오케스트라 음악을 선보여 온 슈나이더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 분야까지 넘나들며 통산 7차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9년에는 미 국립예술기금(NEA)이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재즈 공로상 ‘NEA 재즈 마스터’에 선정됐다.
슈나이더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한 편의 풍경화처럼 회화적이고, 서사적인 소리들이다. 새와 바람 소리, 탁 트인 평원 등 그가 감명받은 자연의 정경이 곡에 녹아든다. 슈나이더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며 “작곡 때 특정 경험을 쓰겠다며 미리 의도하고 시작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보통 건반 앞에 앉아 곡을 쓰기 시작하면 소리가 저의 기억이나 경험, 감각과 스스로 연결되곤 한다”며 “그저 제 마음을 나침반 삼아 그 경험을 온전히 환기할 음악적 선택들을 따라갈 뿐”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발매한 앨범 ‘아메리칸 크로우’(American Crow)에는 알고리즘과 양극화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경청’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슈나이더는 “오늘날 우리는 듣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재즈는 본질적으로 경청의 예술입니다. 답을 다 안다고 자만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취약함을 인정합니다.”
이어서 그는 “현재 우리는 심각한 ‘경청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만일 우리가 알고리즘을 벗어나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품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희망은 없다”고 덧붙였다.
2014년 데이비드 보위의 베스트 앨범을 위해 협업한 노래 ‘수’(Sue) 역시 그의 명곡으로 꼽힌다. 슈나이더는 “당시 그(보위)가 (자신의 어두운 노래들과 달리) 매우 유쾌하고 명석하고 기쁨이 넘친다는 점에 놀랐다. 그는 단지 어두운 것들을 쓰는 과정을 즐겼던 것”이라며 “그가 곡 내용을 ‘뱀파이어!’라고 장난스럽게 설명한 목소리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2년 뒤 보위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슈나이더는 “그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기 직전까지 함께 일했다. 그는 내게 어두운 음악을 쓰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아주 해방감을 주는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슈나이더는 2003년부터 대형 유통사를 거치는 대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아티스트셰어’를 통해 팬들의 직접 지원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특히 그의 2004년 앨범 ‘콘서트 인 더 가든’은 크라우드펀딩 제작 앨범으로는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작이 됐다. 2014년에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온라인 플랫폼의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해 증언했다. 슈나이더는 “이제 신진들은 자기 음악을 ‘무료’로 뿌리지 않으면 대중의 눈에 띌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며 “늘 젊은 예술가들에게 ‘너의 모든 걸 거저 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맛보기만 보여주고, 팬들이 직접 찾아와 음악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재즈 음악계에서 슈나이더는 길 에번스, 밥 브룩마이어의 유산을 잇는 계승자로도 인식된다. 이들의 곁에서 조수이자 제자처럼 협업한 경험 덕분이다. 슈나이더는 “길 에번스와 밥 브룩마이어 같은 대가들과 공부하면서 저만의 밴드와 목소리를 찾아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며 “모두 지독할 정도로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었으며 결코 남을 뒤쫓는 추종자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 역시 후배들에게 타인의 발자취를 쫓는 대신, 스스로의 길을 묵묵히 개척할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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