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처음 열린 세계유산위 폐막... 25건 새로 등재

허윤희 기자 2026. 7. 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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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유산 등재 노력.. ‘총성 없는 전쟁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6건 더해 58건으로
내년 회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서 개최
이병현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9일 막을 내렸다.

부산 벡스코에서 폐막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25건의 세계유산이 새롭게 등재됐다. 유형별로는 문화유산 19건, 자연유산 5건, 복합유산 1건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73개국 1273건으로 늘어났다. 문화유산 991건, 자연유산 240건, 복합유산은 42건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의 갯벌’이 확대 등재에 성공해 총 6개의 구성 요소로 이뤄진 연속 유산으로 확대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 중국의 ‘징더전(景德鎭·경덕진) 수공예 도자 산업 유적’, 몽골 ‘흉노 지배층 무덤군’ 등이 새롭게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일본이 등재한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산의 주요한 가치인 한반도와의 교류 사실이 유산 현장에 더욱 충실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몽골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흉노 지배층 무덤군’ 6개 유적 중 ‘도르릭 나르스 유적’의 160호 무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조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의 ‘올림포스산 광역지역’은 이번 회의의 유일한 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이뤄진 프랑스의 북서부 5개 해변을 묶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해변들(1944년)’,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가 남긴 건축 유산인 ‘알토 작품군’도 세계유산에 올랐다.

아프리카 3개 국가는 이번 회의에서 첫 세계유산 등재의 기쁨을 만끽했다. 코모로의 ‘고대 술탄국의 메디나’,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성 경관’, 상투메프린시페의 ‘로사스’가 해당 국가의 최초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코모로는 아잘리 아수마니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우즈베키스탄 대표단이 지난 26일 '타슈켄트 모더니즘 건축: 중앙아시아의 근대와 전통'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순간 기뻐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본회의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국의 대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문구 하나를 수정하는 데도 이해 당사국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자문기구에서 당초 보류나 반려 권고를 받았던 유산 4건도 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악 지대 담수 서식지인 ‘와디 우라야’는 유네스코 자연유산 분야 자문 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서 불합격에 해당하는 반려를 받았으나, 한 시간 넘는 격론 끝에 등재에 성공했다. 현장에선 “오일머니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라는 말이 나왔다.

전쟁과 무력 충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도 늘어났다. 위원회는 총 148건의 세계유산 보존 상태를 점검해 수리남의 ‘파라마리보 역사 도심’, 우크라이나의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 고대 도시와 코라’, 레바논의 ‘티레’ 등 3건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새로 등재했다. 긴급 등재 절차를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성 경관’ 등 3건도 동시에 해당 목록에 포함되면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총 58건으로 늘어났다.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반면 역사적 경관 보존과 도시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했던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지구’는 무려 2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 해제됐다. ‘빈 역사지구’는 성당, 궁전 등 중세 유럽 건축 문화를 보여주는 구도심의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인근 초고층 호텔 건설 계획이 도시의 역사성과 경관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017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해제 결정 직후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은 “세계유산협약 역사상 처음으로 자문기구·사무국의 권고와 반대되는 위험 유산 해제 결정을 표결로 강행했다”며 “이행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결정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8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올해 부산 위원회는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했다”며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160여 개국 3140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축구장 2개 규모로 조성된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도 연일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총 35개 기관이 협력해 다양한 전시와 미디어아트, 체험·문화 행사를 무료로 선보여 폐막일까지 13만여 명이 다녀갔다.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내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한양의 수도성곽’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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