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마’ 김태효 구속기소··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윤석열 정권 시절 ‘외교·안보 대통령’으로 통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2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수석은 12·3 불법계엄 때 우방국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29일 김 전 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불법계엄 직후 외무 공무원을 통해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 ‘국회가 탄핵소추, 예산 삭감 등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대한민국 헌법질서의 실질적 파괴를 기도한 것에 대응해 헌법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시위를 한 것’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좌파,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차장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계엄 선포 배경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지난 4월 김 전 차장의 자택과 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7일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를 발부했다. 김 전 차장은 구속 직후 구속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법원에 요청했으나 법원은 “청구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 의혹은 지난해 1월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 장관은 김 전 차장이 계엄 해제 직후 당시 골드버그 미국 대사에게 전화해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 계엄이 불가피했다’고 강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차장은 불법계엄 선포 약 1시간 뒤에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같이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 뒤 전화를 주장해왔다.
김 전 차장은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출신으로 2001년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 논문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국내 전개해 미군 활동에 대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2006년 논문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나기’에서는 전쟁불능 국가인 일본의 재무장과 교전국가화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참여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실세로 군림했다. 당시 한·일 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을 밀실 추진하다가 논란이 돼 사퇴했다. 퇴임하면서 군사기밀이 담긴 서류와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 검사가 윤석열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학교(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로 돌아갔던 그는 윤석열 정부 때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대일 저자세 외교를 주도하고, 외교 안보 현안에 어두운 윤석열에게 뉴라이트 사고를 이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는데, 이 말이 김 전 차장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차장은 2024년 8월 16일 KBS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본에 대해 할 말을 못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그에겐 ‘중일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윤석열의 동네 술친구로 알려졌다. 윤석열이 2025년 4월 11일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한 뒤 자택인 서초동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했을 때 꽃다발을 건넨 사람은 김 전 차장 모친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아크로비스타 건물에는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 아크로비스타 제12기 입주자 동대표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렸다.
그는 계엄 당일 언론인과 저녁식사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이 미친 줄 알았다”며 내란과 무관함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외교안보 실세가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를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며 각종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우선 12·3 불법계엄 선포 직후 12월12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20분까지 약 25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3차례 바꾼 사실도 확인됐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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