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실업 경보 체계, 울리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경직된 시장 구조 바꿔야 길 열려

AI발 고용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현장의 AI 전환으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막 취업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자료 정리와 문서 작성, 코딩 보조, 기초 분석 등 주로 신입사원이 맡았던 업무부터 AI가 대체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경험을 쌓아 숙련인력으로 올라설 수 있는 첫 사다리가 급속히 사라지는 것이다.
중국 노동시장이 이런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AI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핵심 산업의 AI 활용률을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실업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씨티그룹은 장기적으로 중국 노동자 약 7000만명의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중국 전체 일자리의 거의 10%에 해당한다.
우리도 남의 일 보듯 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15~29세 고용지수는 챗GPT 등장 이후 계속 하락세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취업난이 AI 확산으로 구조적인 고용위기로 굳어지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AI가 어느 산업과 직종, 연령층에 먼저 충격을 주는지 파악하는 유용한 경보체계가 될 수 있다. 막연한 공포나 낙관론에서 벗어나 실제 고용과 임금, 직무 변화에 맞춰 정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험 업종을 미리 찾아내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에 집중한다면 정책 효율성도 높아진다.
그렇지만 경보를 울리는 것만으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실패했고 보여주기식 통계 관리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상황판의 숫자가 좋아 보이도록 단기 재정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민간에서 오래 다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기업의 현장 수요에 맞춘 인력 공급 시스템을 정교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대학, 직업훈련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부, 교육부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AI로 높아진 생산성의 효과가 청년 채용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노조의 협조도 절실하다. 경직된 고용 문화에 숨통이 트여야 AI 고용 충격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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