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저 1.4조 순매도 ‘백기’…패닉셀 막아줄 구조대가 없다
하락때 사던 개인 역추종 흐름 깨져
외인 이탈 속 수급 꼬여 연쇄적 투매
김용범 “레버리지만의 문제 아니다”
개인 투자성향도 변동성 원인 지목
금융당국, 레버리지 배율 조정 검토
전문가들 “컨틴전시플랜 서둘러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마다 대규모 매수세로 하방을 지지했던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음봉 매수’ 전략을 폐지했다. 이미 한국 증시 변동성이 올 들어 글로벌 증시 대비 높아진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줄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 폭락이 펀더멘털과 유리돼 진행되고 있는 만큼 증시안정펀드 가동과 같은 즉각적인 ‘쿨다운’ 조치로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이틀간 지수가 16.2% 떨어지며 충격이 커지자 개인들의 투심도 극도로 얼어붙었다. 과거 정부는 코로나19나 이란 전쟁 등 대외적 이벤트로 증시 쇼크가 발생하면 “컨틴전시플랜이 준비돼 있어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주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이틀 연속 5% 이상 하락했던 3월 3~4일과 지난달 5·8일 개미들은 각각 6조 1400억 원, 9조 527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이날은 1조 406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역추종 매매 흐름이 깨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를 세 가지 증시 수급 주체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완전히 꺾일 수 있다는 위기 신호라고 진단했다. 개인들의 투매로 증시 하락 폭이 커지면 반대매매 확대, 연쇄 패닉셀로 이어지고 다시 지수 하락과 수급 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한 증권사의 강남권 프라이빗뱅커(PB)는 “부동산으로 비유하면 강남 아파트부터 떨어지는 격”이라며 “현장이 완전 패닉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당장 냉각된 투자심리를 녹일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 일간 수익률의 변동성은 상반기에만 3.6%로 미국(0.9%), 일본(1.5%) 등 글로벌 주요국 대비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더 이상 변동성의 원인을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으로 지목하며 대기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증안펀드다. 현재의 증안펀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0조 7600억 원 규모로 조성돼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대표적인 지수 상품을 매입해 시장 안정화에 활용할 수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150억 원 규모) 이후 18년 동안 투입된 적이 없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 가동 여부와 무관하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심리 안정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증권학회장을 역임했던 이준서 동국대 교수도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증안펀드 논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관련 상품의 시장 영향력을 조속히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단일 종목 관련 상품의 순설정액은 20조 원 정도다. 이 규모가 빠르게 줄지 않으면 지수 하락 시 리밸런싱 매도 물량으로 인해 낙폭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유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 하락 때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관련 상품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공매도 세력이 낙폭 확대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위와 같이 수급적 악재 요인을 차단한 뒤에도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이 회복돼야 한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도 이번 이틀 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 8~9월에는 대규모 매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다시 매수로 전환할 것이냐는 이익 성장 가능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데 거리를 두면서 증시 안정 대책도 좀처럼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하고 관련 파생상품이 많으며 두 회사(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주요 보완 조치의 효과 및 거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만 말했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정무위 산회 직후 긴급하게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를 소집했지만 역시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변동성 안정 방안이나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F4는 △개인별 투자한도 20% 설정 등을 통한 총량 관리 △거래비용 부담 가중 △투자자 모의거래 도입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요 억제책을 추가 추진하기로 결론을 냈다. 이는 모두 업계에서 거론됐던 내용들로 추진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F4는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레버리지 배율을 하향 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만 이 역시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라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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