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새벽배송 열려도··· 대형마트 "손해만 가중, 차라리 의무휴업 규제를"

조건희 기자 2026. 7. 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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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해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29일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허용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의무 휴업일 해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마트 측은 오프라인 규제 개편 없는 새벽배송 허용은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규제 제정 당시와 유통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전향적으로 재고하는 흐름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단순 새벽배송 허용만으로는 현장 체감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의무휴업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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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도 시큰둥···"새벽배송보다 일요일 영업이 시급"
10조 부은 이커머스 벽 높고 야간 임금 부담
이커머스조차 "마트 새벽배송 쉽지않아"···소상공인·노동계 강력 반발
정부가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정부가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해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영업시간 제한 완화 방안을 담아 심야 시간대 포장과 배송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인프라 부재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쿠팡 등 이커머스 공룡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추가 투자 부담과 상생기금까지 겹쳐 실익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의 실질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14년 만의 빗장 해제에도 썰렁···대형마트 "진짜 숙제는 의무휴업"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매월 2회의 의무 휴업을 적용받아 왔다. 정부는 최근 14년 동안 잠겨 있던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 심야·새벽 시간대 포장과 반출, 배송을 허용함으로써 이커머스와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29일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허용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의무 휴업일 해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주말 방문객 증가와 직접적인 매출 회복을 끌어낼 실질적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주말 영업 제한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새벽배송만 허용될 경우 유통사가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마트 측은 오프라인 규제 개편 없는 새벽배송 허용은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야간 소비 패턴 역시 이커머스로 옮겨가면서 대형마트가 뒤늦게 진입하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쿠팡과 컬리 등이 고도화된 콜드체인망과 산지 직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규제에 묶여 신선식품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 점포 상당수가 주간용 집품·포장(PP)센터 위주로 운영돼 야간 전용 배송 체계와 배차 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프라 개편 없이 새벽배송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야간 배송에 따른 인건비와 물류비 증가도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근로기준법상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 근로에는 통상임금의 50%가 가산돼 인건비 부담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난다. 야간 배송 기사 확보 비용과 차량 운영 단가 역시 주간 대비 30%가량 높아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 구조다. 한 마트 관계자는 "야간 시간대로 갈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벽배송이 허용된다 해도 가산 임금과 운영비가 배송 수익보다 더 크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간 배송 시장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업계는 국내 새벽배송 이용자 2000만명 가운데 쿠팡이 1500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하며 나머지 시장도 컬리 등 기존 이커머스가 선점하고 있는 구조다. 쿠팡이 약 10조원을 투입해 전국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확보가 지연됐다. 그러면서 소비자 이용 습관마저 이커머스로 완고하게 굳어진 만큼 후발주자로서 판도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마트 업계의 주장이다.

규제 완화의 조건으로 거론되는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유통발전기금) 조성안 역시 마트 업계의 큰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에 기금 거출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새벽배송으로 당장 수익을 낸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사전 비용부터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 난색을 표한다. 실질적 수익성 검토 없이 추진되는 기금 조성이 기업의 경영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규제 제정 당시와 유통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전향적으로 재고하는 흐름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단순 새벽배송 허용만으로는 현장 체감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의무휴업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10조원 부은 쿠팡도 벅찬데"···이커머스조차 회의적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한 이커머스 업계 역시 사업구조상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수행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는 애초에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이 설계돼 전국 점포를 동원하더라도 야간 배송망을 구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 측은 물류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 체계를 갖추는 것은 온라인에 전념해 온 이커머스 업체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커머스 업계는 소비자가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비대면 편의성을 꼽았다. 오프라인 매장에 들르는 수고를 덜고 비대면으로 장을 보려는 소비자 습관이 이미 정착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점포 기반의 심야 배송을 허용받더라도 매장 방문을 대체하는 온라인 전용 플랫폼의 편의성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퇴근 후 비대면 장보기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을 새벽배송의 주 이용자층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차라리 주말 영업을 늘릴 수 있는 의무 휴업일 해제가 대형마트에 더 실익이 큰 선택이라고 본다. 막대한 물류 인프라 투자와 심야 가산 임금 등 비용 부담을 안고 굳이 새벽배송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는 것은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의 2배가량 되는 만큼 주말 휴업 규제를 풀어 고객 유입과 본업의 집객력을 회복하는 것이 마트 측에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 "동네슈퍼 다 죽는다"··· '24시간 물류거점화'에 소상공인·노동계 총반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형마트 점포의 새벽배송 허용을 규탄했다. / 사진 - 조건희 기자.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29일 참여연대와 시민·노동단체 등이 참여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국 수백개의 대형마트 점포가 새벽배송 허용으로 24시간 물류 거점화될 경우 소비자가 동네슈퍼나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찾을 이유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야 노동 확대로 인해 쿠팡 사례와 같은 노동자 안전사고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만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닌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통한 건강한 유통생태계 구축"이라며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마트부터 SSM, 창고형 매장, 복합쇼핑몰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온 만큼, 정부의 규제 완화 논의 과정에서 지역경제와 서민물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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