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 30% 추진…“환자 선별·장기입원 대책부터”
병원계 “500곳 지정은 구조조정 우려”…환자단체 “실제 월 부담 감소가 성패 좌우”
간호계 “간호사 1명이 환자 45명 담당…인력 확충·책임 기준 함께 마련해야”

보건복지부는 28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요양병원 의료혁신 및 간병서비스 제도화 추진방향'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간병비 급여화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의료·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가 입원한 '의료중심 요양병원' 약 500곳을 선정해 현재 환자와 가족이 전액 부담하는 간병비의 본인부담률을 30% 안팎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올해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거쳐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간병인의 병원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4인실과 3교대 근무체계를 지향하며, 병원이 간병인 교육과 서비스의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족이 개별적으로 간병인을 구하고 비용을 부담해 온 사적 간병을 의료기관의 관리체계 안으로 편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토론에서는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상 환자와 병원을 선별하는 방식, 급여 인정 기간, 장기입원 환자의 본인부담 강화, 간병인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둘러싼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이날 '요양병원 의료·간병 국내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지난 5월 1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요양병원 227곳과 간병인 7,167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 형태는 알선·도급이 66%로 가장 많았고 파견 형태는 10%였다. 병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간병인은 약 10%에 불과했다.
간병인의 52%는 외국인이었으며, 전체 간병인의 47%가 중국 국적이었다. 자격 여부를 보면 48%는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는 43%, 민간 자격증 보유자는 9%였다.
근무 형태 역시 24시간 상주 근무가 68%를 차지했지만, 3교대 근무는 약 3%에 그쳤다. 간병인 활동을 전혀 모니터링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요양병원도 61%로 조사됐다.
장 교수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간호와 간병이 병원의 공식 서비스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간병인을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구하거나 중개업체와 계약하는 구조가 유지돼 병원이 간병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책임지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1대1 개인 간병비는 월평균 약 37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요양병원 의료혁신 및 간병서비스 제도화 추진방향(안)'을 발표하며,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30% 안팎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이나 중증 환자의 부담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간병급여 대상 가능 환자는 약 8만 5,000명이다. 의료 필요도에 따른 환자 분류상 최고도 환자 2,739명, 고도 환자 6만 8,973명, 중도 환자 가운데 중증·희귀질환자 등 1만 3,835명을 합한 규모다. 다만 약 8만 5,000명은 2030년까지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설정한 전체 목표 규모다. 정부는 2027년 약 1만 5,000명으로 시작해 2028~2029년 약 3만 4,000명, 2030년 약 8만 5,0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상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약 500곳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인증, 일정 수준 이상의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등급, 의사·간호사 등 인력 수준, 비급여 수익 비율, 입원환자 구성 등을 선정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간병인은 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공 단장은 직접고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도 병원이 실질적으로 간병인을 관리·감독하고 서비스에 책임을 지는 운영 형태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간병급여 전담병동을 별도로 운영하고, 해당 병동에서는 9인 이상 병실을 운영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감염 예방과 간병서비스 질 관리, 비용·회계자료 제출, 임종실 설치, 연명의료 결정 지원,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연계 등도 운영 조건에 포함할 계획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치매안심병동, 치매관리주치의, 전문재활, 혈액투석 등의 기능은 조건부 지정 과정에서 가점이나 우대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병원계 "500곳 지정, 나머지 병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토론에 참여한 요양병원계는 간병비 급여화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급여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약 500곳 선정할 경우 나머지 병원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실상 요양병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수석부회장은 그간 정부 설명 과정에서 간병급여 인정 기간을 기본 120일로 제한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최고도 환자는 240일, 고도 환자는 210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밝혔다. 급여기간을 넘긴 뒤에는 본인부담을 매월 10%포인트씩 올려 최고 70%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에서 이러한 급여일수와 본인부담 상한을 확정안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해당 수치는 정부가 이날 공식 발표한 계획이 아니라 병원계가 그간의 설명 과정에서 전달받았다고 밝힌 내용이다.
안 수석부회장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월 370만 원은 주로 1대1 개인 간병에 해당하며, 요양병원에서는 월 60만~90만 원 수준의 공동간병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보다 낮은 비용으로 공동간병이 제공되고 있어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도 환자의 실제 부담이 기대만큼 줄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급여일수와 본인부담률, 대상 환자와 병원 선정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공 단장은 500곳이라는 숫자가 고정된 기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의료 수요와 대상 환자 수, 간병인력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병원도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정기 또는 수시 모집을 통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중심, 중증 환자 비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돼"
주영수 춘천시노인전문병원 원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최고도·고도 환자가 많은 병원으로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증 환자 비율이 높더라도 현재의 수가와 인력 구조에서는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환자 중증도 비율이 높은 병원이 아니라 급성기 치료 이후의 회복과 재활, 만성질환 관리, 단기입원, 임종기 돌봄 등의 기능을 균형 있게 수행하는 병원을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 원장은 특히 수년간 요양병원에 입원해 온 만성기 환자들이 퇴원한 뒤 갈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장기요양시설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원 기간에 따라 본인부담을 기계적으로 올리면 환자와 가족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이기 위해 181일 이후 입원료 본인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도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률은 20%에서 40%로, 선택입원군은 40%에서 60%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 방향에 포함했다.
토론자들은 의료 필요성이 낮은 환자의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방문의료, 재가돌봄, 장기요양시설, 회복기 의료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부터 올리면 고령 환자를 병원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희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요양병원이 아급성기 치료와 만성질환 관리, 돌봄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기능을 세분화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병비 급여화가 가족의 실질적인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려면 본인부담상한제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기존 제도와의 연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45명…간병 관리 책임까지 더해지나
김미경 대한간호협회 전문위원은 간병서비스를 간호사 중심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간호인력 확충과 법적 책임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45.6%에 그친다. 간호사 1명이 한 근무시간에 담당하는 환자는 평균 약 45명으로 추정된다. 요양병원 간호사의 평균 임금도 전체 간호사 평균의 72.5%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사가 간병인 교육과 관리까지 책임지면 업무 부담과 법적 위험이 커지고, 간호사의 요양병원 기피나 이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문위원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에서는 전체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율을 최소 3분의 2 이상으로 높이고, 간병인 교육을 담당할 교육전담간호사를 별도로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간근무 간호사와 간병인 관리업무에 대한 수가와 보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병급여가 단순히 건강보험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적정 간호인력 배치와 명확한 책임 기준, 교육체계, 처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환자 안전과 간병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단체 "보험 적용보다 실제 월 부담 감소가 중요"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가족이 요양병원에서 외국인 공동간병을 이용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환자와 보호자의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환자와 가족이 매달 내는 간병비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4인실·3교대 체계를 도입하면 간병서비스의 질과 안전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인건비와 운영비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30%로 정하더라도 현재의 공동간병비와 비교해 환자의 체감 부담이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간병급여 시행 이후 실제 환자 부담액과 간병서비스의 질, 안전사고, 지역별 이용 격차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또 거주 지역이나 입원한 병원이 정부의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환자가 혜택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령 환자나 장기입원 환자에게 지정병원으로 옮기도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환자와 가족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병인력 부족이 사업 규모 좌우할 가능성
정종훈 중앙일보 기자는 간병인 고령화와 외국인 돌봄인력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인 가운데 외국인이 절반을 넘고 상당수가 고령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외국인 간병인력 확보와 교육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4인실·3교대 근무를 확대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 계획의 대상 병원과 환자 규모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간병인력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공 단장도 간병인력 확보를 사업 추진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인정했다. 간병서비스를 의료와 간호의 관리 아래 제공해 환자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간병인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정 기자는 이와 함께 암 치료 전후 머물 곳이 부족해 암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현실도 언급했다. 일부 암 요양병원의 비급여 치료 문제와 별개로, 환자들이 급성기 병원과 지역사회 사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구조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서 "요양병원 말살 정책 아니냐" 강한 반발도
토론회 후반 현장 질의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재 환자분류체계에서 경도로 분류된 환자 중에도 의료·간호·간병 필요도가 높은 사람이 포함돼 있다며 환자분류체계를 먼저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측에서는 "의료혁신이 아니라 요양병원 말살 정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강한 표현도 나왔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방향은 환영하지만 적정성 평가와 환자분류체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대상 병원부터 선별하고 경도 환자의 부담을 올리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평택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이라는 명칭과 기능 구분이 현장의 복잡한 환자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활과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라도 현행 분류기준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과 간병급여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병원의 의료 기능도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고도·고도 환자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고, 일부 약제와 치료 재료를 정액수가와 별도로 보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신규 또는 증축 요양병원의 기준병실을 장기적으로 4인실로 전환하고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적정성 평가와 환자분류체계 역시 현장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에서도 "현장 인력·수가 대책 부족" 지적
보건복지부TV 유튜브 생중계 채팅에서도 요양병원 현장의 여건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시간 시청자들은 특히 지역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3교대로 운영할 만큼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간병인 직접고용과 3교대 근무를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이에 필요한 인건비와 수가 수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청자는 "지역 요양병원에서 3교대 간병인력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지 현장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청자는 직접고용과 3교대 운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적정한 간병수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한 뒤 병원에 일방적으로 적응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토론회가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간병비 급여화, 보험 적용만으로 완성되지 않아
보건복지부는 올해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도화 방안을 확정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간병급여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현장 의료진과 전문가, 국민들의 고견을 경청하여 중증의 어르신들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고, 가족과 보호자분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현장 중심 정책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가족의 사적 부담에서 건강보험의 공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정책 방향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보험 적용만으로 가족의 간병 부담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간병급여가 실질적인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려면 환자와 가족이 매달 부담하는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지역이나 질환에 따라 혜택에서 배제되는 환자는 없는지, 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요양병원 밖으로 이동해야 하는 환자를 받아줄 지역사회 의료·돌봄체계와 간병인·간호인력 확보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간병비 급여화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부담의 형태와 장소만 바꾸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핵심적인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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