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에 이어 ‘주가 누르기 방지법’ 추진···재계에선 업종별 차등화 요구, 제도 효과 떨어진단 반박도

김경민 기자 2026. 7.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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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낮춰 상속세 줄일 수 없도록
내달 초 세제 개편안에 담길 것 예상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초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최대주주가 상속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것을 막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은 기업은 주가와 상관없이 순자산가치에 근거해 상속세를 산정함으로써 주가를 떨어뜨릴 유인을 없애는 내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산 대비 이익이 낮은 업종을 배려해 업종별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제도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지 않도록 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현재 상장사의 경우 상속 개시일 전후 각 2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상속이 임박하면 최대주주가 세 부담을 낮추려 주주 환원을 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러 주가를 낮추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를 막기 위해 주가가 실제가치(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현행 비상장기업처럼 실제가치 80%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는 것이 이 의원 법안의 골자다. 주가를 주당순가치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일 때 적용돼 ‘PBR 0.8배법’으로 불린다.

재계와 야당이 반발하면서 법안이 1년 넘게 계류됐지만, 최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면서 법안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지연되고 있다. 어떻게든 (야당의) 협조를 얻어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상법개정을 진행한 후 다음 과제로 이 법의 입법을 강조해왔다.

이 법이 시행되면 주가를 낮춰도 세 부담이 줄지 않는 만큼 저평가된 기업의 주가가 제고될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1일 세미나에서 “방지법에선 주가를 누르면 대주주에게 손해가 되고, 기업가치를 높이면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이익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는 총 53%(스팩·우선주 제외 기준)에 달했다. PBR 1배 미만 상장사가 한 자릿수 비율인 미국과 20%대인 대만에 비해 매우 많다.

재계 일각에선 수익성이 낮거나 설비자산 등이 많은 전통 제조업이나 가스, 보험 등의 업종은 PBR이 낮은 만큼 업종별로 상속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역시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제도의 취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에 따라 적용되는 PBR 기준에 차등을 두고 이를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규제 방향”이라며 “이미 특정업종 내에서도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순자산가치 80%라는 기준은 이미 현행법령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해선 업종과 관계없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전원 교수는 “업종과 관계없이 상장사가 순자산보다 주가가 낮으면 상장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업황에 따라 PBR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만약 제도의 유예기간을 둘 때 기간별로 (업종에) 차등을 두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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