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전쟁] 엔비디아, 초대형 AI 투자 확대에 순환금융 논란

최경미 기자 2026. 7. 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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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총 7500억달러(약 1100조원)가 넘는 신규 인공지능(AI) AI 관련 계약을 추진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AI 산업의 수요와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제공=엔비디아

27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SK그룹, 오픈AI 등과 7500억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를 발표했거나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의 5000억달러 이상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에 총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약 1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텔레콤이 건설하는 첫 AI 팩토리는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AI 메모리 반도체 확보를 위해서도 SK와 협력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의 황금기"라며 "반도체 산업도, 제조업도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한국은 전 세계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역량을 갖춘 국가"라고 말했다.

황은 SK그룹과의 거래에 엔비디아의 메모리 구매와 SK그룹의 엔비디아 AI 슈퍼컴퓨터 구매가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가 합쳐 약 500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네이버의 국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규모를 세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해당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장비가 탑재된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는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컴퓨팅 자원을 임대할 수 있도록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소프트뱅크 자회사 SB에너지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5000억달러, 10GW 규모인 데이터센터를 오픈AI가 임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용 AI 칩 구매하도록 35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픈AI와의 협상은 모두 초기 단계여서 무산되거나 조건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날 엔비디아는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전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투자 규모가 50억달러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이미 코어위브, 아이렌, 네비우스 등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5400억달러가 넘는 투자 및 금융 지원 계약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 등은 엔비디아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는 구조의 순환적 거래에 대해 경고해왔다. 이러한 거래가 AI 수요를 왜곡하고 잘못된 투자 결정을 부추길 수 있으며 AI 산업이 대규모 투자에도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엔비디아의 투자와 파트너십은 장기적인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지만 투자자들은 순환금융 구조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미래의 AI 고객과 인프라 구축 자금을 지원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 속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최대 5.5% 하락했다. 엔비디아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사상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만딥 싱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현재와 같은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원한다"며 "만약 AI 투자 열기가 6개월만 멈춰도 엔비디아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수년간 오픈AI, 마벨테크놀로지 등 AI 개발사와 반도체업체를 포함한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와 파트너십을 추진해왔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데이터센터 5곳에 대한 임대료 지급 보증을 통해 약 350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이 같은 거래로 AI 기업 간 연결성 높아지며 업계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칩 확보를 위해 차입을 크게 늘리며 부채 부담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X매니지먼트의 빌리 렁 투자전략가는 "엔비디아가 오픈AI 데이터센터 부채를 추가 보증하는 것은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공급업체 금융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AI 수요의 강세 신호이기도 하지만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 조달 압박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실제로 아직 비상장사이며 적자를 기록 중인 오픈AI를 지원할 경우 금융기관들의 대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I 산업의 핵심 투자자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는 10월까지 오픈AI에만 약 6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400억달러 브리지론도 조달했다. 그러나 오픈AI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황은 자사가 추진한 여러 거래가 순환금융이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 1월 단행한 코어위브 투자와 관련해 "엔비디아의 투자는 기업들이 결국 조달해야 하는 전체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순환 금융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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