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78만명' 건보료 인상 하루 전 연기… 부동산·증시 민심 악화 여파
복지부 "폭넓은 의견 수렴 위해 연기"
주가 하락·증세 국면에서 부담 키워

정부가 30일 공개할 예정이었던 건강보험료 인상안 발표를 하루 전날 연기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증세 개편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준조세인 건보료까지 인상을 공식화할 경우 민심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건강보험 보장 혁신 방안 등 안건은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 등을 위해 논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복지부는 30일 건정심을 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 혁신 방안과 건보료 상·하한선 인상을 포함한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개편안 초안에는 이자·배당·임대·사업 등 월급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를 올리는 안이 담겼다. 임금이 아닌 부수입에 보험료를 매길 때 적용하고 있는 공제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직장가입자 상위 0.04%, 지역가입자 상위 0.02%인 초고소득자의 건보료 월 상한액을 459만 원에서 612만 원으로 올리고, 저소득 직장가입자의 월 최저 보험료를 월 1만80원에서 2만2,26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발표를 미룬 배경으로 정치적 부담을 꼽는다. 최근 부동산 증세 추진과 주가 하락 등으로 정부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조세 성격이 강한 건보료 인상까지 꺼내면 국민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와대 주도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 중순 9,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하락을 거듭하면서 이날 5,000선대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직장가입자 부수입 공제 축소가 시행되면 건보료 인상 대상 직장가입자만 178만 명에 달해 정부와 여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복지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등의 발표를 무기한 미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보 재정이 2033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기의 문제지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적립금인 건보 누적 준비금은 저출산으로 보험료 수입은 줄고 고령화로 급여 지출은 늘면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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