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심사 기준 바꾼 그래미 보이콧 “곡 출품 안 한다”
최근 그래미 K팝 심사 기준 변경에 보이콧 선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7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 최신 앨범 ‘아리랑’과 수록곡들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그래미 측이 K팝에 대한 수상 장르와 심사 기준 일부를 변경한 것에 대한 사실상 보이콧 선언으로 풀이된다.
29일 BTS는 멤버 각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 주는 ‘아미’(팬덤명)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래미는 지난 6월 중순 K팝을 아우르는 아시안 팝 전용 부문을 신설했다. “K팝, J팝(일본 팝), C팝(중국 팝)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들만 따로 모아 수상자를 가린다는 것이다. 당시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힘 중 하나”라며 이들을 위한 전용 장르 신설 배경을 밝혔다.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만을 위한 특별 부문을 신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미국 주요 시상식의 승률 예측 전문 매체인 골드 더비를 비롯해 현지 언론 대부분이 이 분야의 첫 수상 유력자로 ‘K팝’과 ‘BTS’를 꼽았다.
반면 일부 K팝 팬덤에선 “K팝에 격이 높은 주요 부문상은 주지 않겠다는 또 다른 유리 천장”이란 우려가 나왔다. 현재 그래미가 매년 100여 개 내외로 운영 중인 수상 부문 중 최고 영예로 꼽히는 ‘본상’은 ‘제너럴 필즈’로 불리는 6개 부문(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비 클래식 프로듀서·비클래식 작곡가 및 최우수 신인)뿐이다. 통상 제너럴 필즈를 비롯해 주목도가 높은 일부 부문만 본 시상식에 참석해 트로피가 주어졌고, 주요 공연 무대가 배정됐다. 반면 이번에 신설된 아시아 팝 전용 부문 같이 특정 지역 장르상은 주로 사전 시상식에서 트로피가 수여돼 왔다.
일각에선 그래미가 아시안 팝 부문의 자격 요건을 특히 ‘언어’로 나눈 점이 BTS를 저격한 거란 분석도 나왔다. 그래미가 이 부문에 “(아시아 언어를) 일부 문구나 단어로만(isolated words, adlibs, or brief phrase) 사용하거나, 전체 영어로 쓴 가사는 제외한다”고 못 박아서다. BTS가 내년 그래미에 도전 가능한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다. ‘한국어 버전’으로 재발매한 수록곡 ‘노멀’이 그나마 가장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만, 타이틀곡 ‘스윔’에 비해 미국 주요 차트의 성적이 다소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리랑’과 ‘스윔’은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과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다.
다만 하이브 측은 “회사 차원에서의 보이콧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다른 소속 아티스트들의 경우 출품 의사가 있을 경우 예정대로 출품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요계에선 최근 미국 4대 주요 대중음악상(그래미·빌보드뮤직어워즈·아메리칸뮤직어워즈·MTV비디오뮤직어워즈)이 모두 K팝 전용 부문을 운영하기 시작한 만큼, 이번 BTS의 선언이 나머지 시상식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시상식들 역시 그래미에 앞서 K팝 전용 장르를 신설할 때 팬덤으로부터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편, BTS 없이 진행되는 제69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내년 2월 7일 열린다. 후보작 출품은 지난 7일부터 시작, 오는 8월 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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