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패싱’ 대구…기업 유치·산업 생태계 함께 키워야

박수연 기자 2026. 7.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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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로 남은 AI 데이터센터 부지…상권도 ‘썰렁’
정부는 AI 인프라 확대…대구는 투자 공백
데이터센터 넘어 산업 생태계 재건이 해법
지난 28일 오후 대구 수성알파시티 내 AI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가 텅 빈 공터로 남아 있다. 박수연 기자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투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AI 산업 거점인 수성알파시티는 예정된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사실상 멈춰 서면서 미래 전략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텅 빈 수성알파시티 내 AI 데이터센터 부지

지난 28일 찾은 수성알파시티. AI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는 공터로 남아 있었고, 인근 상가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일부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을 정도로 상권이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수성알파시티 인근에 사무실을 둔 공인중개사 A씨는 "데이터센터 유치가 무산된다면 다른 앵커기업이라도 들어와야 하는데, 신규 기업 유치 자체가 거의 없다. 사람을 끌어들일 기반도 없이, '제2의 판교 밸리'라는 구호만 있었지 체감할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수성알파시티는 대구시가 소프트웨어와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온 곳이다. 대구시는 2023년 SK AX와 SK리츠운용, 아토리서치 등과 협약을 맺고 이곳에 8천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토지 매매계약 등 후속절차가 지연된 데다 SK AX까지 사업에서 빠지면서 산업단지 활성화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건립 계획이 대구에는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이와 달리 전국적으로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그룹, 엔비디아, 브로드컴, 앤트로픽 등 국내외 기업들과 반도체 및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발표했다. 국내에 약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GPU 200만 장을 확보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2040년까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광주, 천안·온양 등에 총 2천1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용인과 청주, 서남권 등에 1천100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동안 대구는 핵심 사업인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연되며 투자 경쟁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추경호 시장, SK에 유감 표명…새 사업자 물색 중

다만, 대구시는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 측의 일방적인 투자 철회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새 사업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SK리츠 대표 등과 만나 AI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이 중단된 경위를 보고받고, 29일 공식 입장을 통해 SK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추 시장은 "SK가 대구시와 대구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시민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투자 철회에 대한 공식 입장과 대안을 대구시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시는 사업 정상화를 위한 후속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별도로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과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새 사업자 선정도 추진 중"이라며 "수성알파시티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며, 사업을 이어갈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알파시티의 제조시설 입주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제조시설을 분리 운영해야 했던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해 기업 유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향후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오후 대구 수성알파시티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수연 기자

◆지역 산업계, 대구 강점을 살린 전략도 요구

지역 산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하나만으로 지역 산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은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은 아쉽지만, 건물 하나가 들어오고 안 들어오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며 "메타버스 융합단지와 디지털 제2캠퍼스, AX혁신거점센터 등 후속 사업도 추진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지원기관은 갖춰졌지만, 문화시설과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업만 들어온다고 도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고, 젊은 인재들이 일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에 대해서는 기존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먼저 높일 것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수성알파시티 안에서도 의료부지 해제 이후 공급된 부지들이 아직 모두 활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단지의 기업 집적도를 높이고, 남은 부지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수성알파시티는 그린벨트 해제를 빠르게 추진해 기업 클러스터를 확대하고 집적효과를 높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가 미래산업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 사업자 선정에만 기대기보다 지역의 강점을 십분 살린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은 "대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구가 경쟁력을 가진 AI 및 ICT 프로젝트를 하나씩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창업선도도시와 정보보호 클러스터처럼 지역이 강점을 가진 사업을 꾸준히 유치하고, AI를 기존 산업과 접목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waterkit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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