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조 퇴직연금’ 증시 버팀목 기대했는데…“변동장에 노후자금 우려”

김용훈 2026. 7. 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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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연내 법 개정 추진
수익률 제고·증시 장기자금 유입 기대
전문가 “가입자 보호가 우선” 목소리

정부가 올해 안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퇴직연금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장기 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하나로 모아 국민연금처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금형이 도입되면 수백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안정적인 증시 수급 기반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맡기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회사와 개별 계약을 맺는 계약형 중심의 퇴직연금을 여러 사업장의 자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 운용조직이 장기·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기금형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21억원에 달했지만 운용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3% 수준에 그쳤고,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역시 원리금비보장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3~7% 수준으로 투자 성향에 따라 성과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5.4%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되는 등 안정자산 편중 현상이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여러 사업장의 자산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 운용기관이 장기·분산 투자하는 기금형을 통해 이런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설계의 주안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자가 상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는 구조에서는 ‘선택 회피’ 현상이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으로 이어지기 쉬워 기금형이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올해 2분기 말 기준 553조8779억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같이 또 하나의 ‘큰손’으로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퇴직연금 기금화가 자칫 노후자금마저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 조정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한 달여 만에 약 90조원 감소하기도 했다. 반도체 ETF 등에 투자한 계약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경우 투자 시점에 따라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퇴직연금 기금화’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에서 청원인은 “퇴직연금 운용을 하나의 기금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정치적·정책적 개입 위험을 높이고, 한 번의 판단 오류가 수많은 국민의 노후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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