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잠들었던 고려 보물 무더기 출토…국보급 문화유산 가치 주목
순도 97% 이상 고순도 은에 누금기법인… 市, 보존 처리 후 국가지정문화재 추진
전문가들 “국내 전례 드문 희귀 유물, 현장 보존·문화재 지정 서둘러야”

여주시 하동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지 문화재 발굴조사 현장에서 고려시대 최고급 금속공예품이 대거 출토되면서 학계와 문화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매장문화재 발굴을 넘어 고려시대 한강 수운과 여주의 역사적 위상을 입증하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현장 보존과 국가 차원의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9일 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여주행복스테이션 건립 예정 부지인 하동 190-1번지에 대해 한양문화유산연구원이 문화재 시·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12세기 고려시대 매납유구 2곳에서 대형 도기 항아리가 확인됐다. 내부에서는 은제반구형병 11점과 은제 금도금 주자 및 받침, 은제완 등이 완전한 형태로 출토됐다.
특히 형광 X선(XRF) 분석 결과 유물은 순도 97% 이상의 고순도 은으로 제작됐으며, 정교한 누금기법과 금도금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시 왕실이나 최고위 귀족, 대형 사찰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최고급 공예품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명문이 새겨진 은제반구형병은 국내 발굴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 유물로 꼽힌다. 함께 출토된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 역시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품과 중국 남송시대 최고급 공예품에 견줄 만한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병학 한양문화유산연구원장은 “국내에서 출토 사례가 거의 없는 은제반구형병과 은제 금도금 주자가 완형으로 발견된 것은 여주가 고려시대 남한강 수운 교역의 핵심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고려 금속공예사뿐 아니라 여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국가적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굴을 계기로 개발 중심의 사업 방식에서 문화유산 보존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구가 확인된 핵심 구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발굴 현장을 역사공원이나 현장 전시관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직접 고려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국유 귀속 예정인 유물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여주박물관의 보존·전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주시도 이번 발굴 성과를 지역의 미래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출토 유물은 여주시민 모두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역사적 자산이다”며 “보존처리가 완료되는 대로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 여주박물관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진동 기자 jdy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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